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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보통 Dec 16. 2022

미니멀이 아니라
궁상떤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적당한 궁상은 통장을 살찌운다.

우리 첫째가 어릴 때 처음으로 엄마가 되었던 나는 

여기저기 참 많이도 돌아다녔다.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첫째와 큰 쇼핑센터에서 돌아다니며 놀았는데

그렇게 해야 아이도 유모차에서 잘 수 있었다.


유모차에서 자다 일어나면 점심까지 먹고 왔는데 

우동 한 그릇 와 초밥 (손가락 크기 정도의 초밥이랄까.) 1개를 

같이 나눠먹었다.


그 이야기를 우연히 알게 된 지인에게 했는데

그 친구 말로는 '언니, 언니도 한 그릇 주문해서 먹지 

그게 무슨 궁상이에요.'라고 했던 걸로 기억한다.


내 기준에서 그 큰 우동 국수 한 그릇을 

아이 혼자 먹게 하기도 좀 아까웠고 

점심을 별로 많이 먹지 않는 나로서는 차라리 나눠먹는 것이 

돈도 아끼고 음식도 버리지 않아서 좋았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궁상을 떠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구나 하고 깨달음과 함께 입을 닫았다.


아마 미니멀한다고 하면 또 누군가에게는 궁상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평범한 사람인 내가 이민자로 아무런 도움도 없이 

집도 사고 차도 굴리고 다닐 수 있는 건 

궁상을 떨어서 그나마 이만큼 살게 된 것은 아닌가 싶다. 


환경에도 좋고 우리 집 통장에도 좋고 

집 공간도 넓어지고 은행빚을 빨리 갚고 

남편이 벌어오는 돈 허투루 쓰지 않을 수 있다면 

매일 궁상맞게 살아보련다.


남들이 보기엔 궁상이지만 나에게는 미니멀인 삶의 방식이

치솟는 이자율과 인플레이션을 타계할 궁극의 방법이 아닌가 싶다.



Photo by Konstantin Evdokimov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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