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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보통 Jan 12. 2023

5년 가정보육으로
내 소임은 거의 다했다.

우리 첫째 아이에게 내가 해줄 것은 이제 별로 없는 듯하다.


요즘 미니멀하게 살고 싶어서 줄 수 있는 것은 주고 버려야 하는 것은 버리고 있다.


비우고 줄이고 주변을 내가 원하고 우리 가족이 편한 대로 

변화를 주는 것이 이렇게 설레고 즐거울 수가 없다.


요즘 여러 가지 것들을 버리면서 소임을 다한 것들을 종종 만난다.


물건에도 영혼이 있다고 했던가.

그래서 우리 집에서 소임을 다하고 다른 집으로 가게 되거나 

어쩔 수 없이 버려져야 하는 아이들에게 

정말 고마웠다고 말을 하곤 한다.


누군가 보기에는 정신 나간 일이냐고 하겠지만 말이다.


나는 가정보육을 고집한다.

첫째 때는 돌 즈음에 데이케어를 보내야겠어서 여기저기 투어도 많이 다녔지만 

도저히 내가 보낼 수가 없어서 결국엔 보내지 않고 학교를 시작하는 만 5살 2개월까지 

나와 함께 지냈다.


사실 그때는 첫째 아이라서 과연 이것이 맞는 것인지 

확실하지 않아서 종종 흔들리곤 했다.


우리가 돈까지 내고 자리를 잡아놓은 인기 많은 

킨디(여기서는 유치원)를 첫째 아이가 엄마와 함께 있다는 이유로 

가지 않겠다고 하면서 결국 만 5년 가정보육을 하게 되었다.


정말 킨디가 중요하면 정부에서 무료에 필수로 할 수 있게 했겠지만 

부모들이 돈을 내서 가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었겠어?! 하며 

학교부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내가 잘하는 것이라고 날 다독였었다.


그렇게 우리 첫째를 만 5년을 

내가 옆에 끼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나니, 

이젠 내 소임을 어느 정도는 다 하지 않았나 싶다.


요즘 첫째까지 3명이나 방학 때 데리고 있느라 힘들지 않냐는 말을 종종 듣는데,

사실 그 반대다. 

방학 때 첫째가 집에 있으면 참 편하다. 


사실 첫째에게 내가 해줄 것이 이제는 별로 없다.

밥 해주고 빨래해 주고 그 정도.


우리 첫째가 자기가 알아서 책 읽고 알아서 놀고 알아서 동생들 챙기고 한다.

그래서 첫째를 잡고 뭘 가르치거나 첫째에게 뭘 특별히 해줘야 할 것이 없어서 

이렇게 편해도 되나 싶은 생각을 할 때도 있다.


이렇게 지금 첫째 육아가 편한 이유는 

만 5년 아이와 딱 붙어서 

아이에게 정확한 울타리의 경계를 알려주고

엄마의 사랑을 넘치게 받아서 스스로는 사랑받는 아이라는 걸 

자신 있게 알아서 그런 것이라 생각된다. 


엄마라는 신이 정한 넓은 울타리(규칙)에서 

우리 첫째는 이제는 자유롭게 탐험하며 

신나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제 우리 둘째에 대한 만 5년 육아소임이 1년 남았다. 


이 1년 후에 우리 둘째에 대한 마음도 

우리 첫째에게 느끼는 '이제는 더 내가 해줄 것이 없다'라고 느끼는 

시원섭섭함이 느껴질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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