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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보통 Apr 22. 2023

브리즈번에서 수세미 키우기

그릇 닦을 수세미 살 걱정은 안 해도 되겠어요.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나로서는

타국에서 작물을 재배할 줄 몰랐다.


우리 집에는 상추, 민트, 봉숭아, 깻잎, 

토마토, 딸기, 그리고 수세미를 키우는데

시간이 없는 내 상황상 이틀에 한번 대충 물 주고 

가끔 잡초 솎아주고 한다.


작년 겨울에는 깻잎이 많이 자라서 

고기 먹을 때 정말 좋았고

여름에는 딸기가 나서 

아이들이 좋아했다.

비록 우리 집 포섬들이 대신 포식을 했지만.

요즘 우리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해도 잘 자라는 것은 

수세미인데 

나도 우리 집 수세미가 이렇게 

어마무시하게 자랄 줄 몰랐다.


큰 나무를 덩굴로 크게 둘러 자라고 있는 

우리 집 수세미는 

처음에는 너무 크게 자라서 우리를 당황시켰고

두 번째는 이 열매로 뭘 해야 할지 몰라서 당황시켰다.


이제는 그릇을 씻는 수세미로 잘 만들어서

친구들에게 나눠주고 

나도 잘 쓰고 있다.


 


오늘 아침도 볕이 좋길래 

수세미 몇 개를 땄는데

비가 와서 몇 개는 썩었고 

잘 익은 한 개를 이렇게 땄다.


수세미가 잘 자라서 

이렇게 키만큼 자랐다.


아직도 달려서 크고 있는 것은 9개 

그 외에 작게 열매가 달린 것도 

몇 개 있는 것으로 보아 

브리즈번 따뜻한 겨울에도 

맹렬하게 자랄 듯싶다.


브리즈번에 있으면서 

하우스 생활을 하다 보니 

정말 별 걸 다 해본다. 


아파트 생활에서라면 엄두도 안나는 

작물 키우기가 

참으로 신기하고 재미있다.


이런 모양의 수세미가 되는데 이걸로 그릇을 닦으면 된다. 지인 줄려고 담아뒀다.

친한 지인의 말에 의하면 

작은 수세미 하나로 한번 쓰면 1년 정도 쓴다고 한다. 

쓰다가 더러워지면 팔팔 끓여서 다시 한번 소독해서 

말려서 쓰면 된다고 한다.

다 쓰고 나면 땅에 묻으면 

썩어 없어진다고 한다.


우리 집에 있는 수세미 열매로 만든 그리고 만들 

수세미만으로도 

아마도 죽을 때까지 우리 가족은 수세미 걱정은 없을 것 같다.


브리즈번에 살면서 이제는 수세미까지 키울 줄이야.

인생은 정말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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