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글을 잘 읽기 시작하면 집이 조용해집니다
우리 첫째가 태어나서 얼마 안 되고 나서
한국에서 책육아 바람이 불었다.
원체 책을 좋아했던 나에게는 정말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 수가 없었다.
어떤 책을 읽어줘야 할지 몰랐는데
덕분에 이런 책을 읽어주면 좋구나 하는 정보를
알게 되어서 시간을 절약했다.
첫째 때는 선편으로 몇 박스를 책값보다 비싼 배송비를 내고
중고책을 받아서 읽었고
아이가 원하면 무조건 책을 읽어주라는 말에
설거지를 하다 말고 읽어주기도 했다.
둘째 때는 선편으로 절대 중고책 안 받는다.
브리즈번에 한인 중고시장에서 올라오는 한국 책을 구해서
읽어주는 것으로도 충분하기에 그 비싼 배송비를 더 이상 지불하지 않는다.
브리즈번 도서관에도 한국책이 많이 있으니
그 책들을 봐도 좋다.
이렇게 책을 첫째 아이가 돌이 되었을 때부터 읽어주었으니
지금까지 약 7년간 아이들에게 읽어준 것이 되겠다.
아이를 위해서 책을 읽어줬는데
이렇게 7년이 흐리고 보니 나를 위해 좋은 점이 많다.
1. 집에 조용해서 좋다.
아이들이 놀 때는 여느 다둥이 집처럼 시끄럽지만
두 아이가 책을 읽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집에 조용해진다.
그 옆에서 우리 셋째가 책을 읽어달라고 나에게 가져온다.
조용해서 도서관에 온 기분이다.
소리에 예민한 나는 조용한 집에 마음에 든다.
2. 집안일을 할 시간이 생긴다.
집안일을 하다가 꼭 한 명이 날 방해하곤 해서
빨래를 너는 것도 꽤 오래 걸리고
설거지도 아이를 등에 업고 해야겠다.
두 아이가 책을 읽고 또는 큰 아이들이 막내에게
책을 읽어주니 내가 집안일을 할 시간이 있다.
3. 아이들이 책을 읽으니 나도 책을 드디어 읽을 수 있다.
두 아이가 책을 읽으면 나도 책을 같이 읽는다.
셋째가 우리가 책을 읽는 모습을 보고 책을 가져와서
읽어달라고 하지 않는 한 나도 책을 읽을 수 있다.
이런 시간이 오다니 감격스럽다.
아이가 어릴 때 집안일을 하거나 요리를 해야 할 때 휴대폰을 쥐어주지 말고
차라리 그때 집안일을 좀 미루고 간단한 음식을 만들더라도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좋아하게 해 준다면
아이가 글을 읽게 되면서부터는
책을 읽어서 엄마나 아빠를 안 찾게 된다.
그때까지만 버티면 그 이후부터는 집안일도 육아도 아주 쉬워진다.
수시로 책을 들고 와서 나에게 읽어달라는
셋째도 아마 우리 큰 아이들과 같은 수순을 밟아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되면
몇 년 후에는 더 편해질 것 같다.
Photo by Tom Hermans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