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라벨링은 처음이야
호주 대부분의 학교는 학교 준비물이 학기 중에 없다.
그래서 엄마 내일 준비물 뭐래?라는 말을 애한테서 들어본 적이 없다.
학부모가 된 지난 3년간 내일 이거 가져와야 한데 했던 준비물은
빈 상자랑 플라스틱 2리터 식초통 정도였다.
그동안은 리소스 스킴이라고 돈만 냈다.
오피스 워크(호주 사무용품점)에 가서 학교 준비 학용품등을 사야 한다는
다른 학교에 아이가 있는 친구를 측은하게 보곤 했다.
우린 돈만 내는데 너네는 그걸 다 사야 해 이러면서.
좋았던 시절은 끝났다.
학교에서 시스템을 바꾼다고 했는데 이게 북리스트로 바뀌었을 줄이야.
북리스트는 학교에서 1년 동안 이런 준비물이 필요하다고
각 학년별 리스트를 주면
그 리스트를 가지고 오피스워크에 가든지
북리스트 패지키 세트를 파는 곳에 주문을 하면 된다.
오피스워크에 가서 해도 되지만 그럴 시간이 어디 있는가.
학교에서 알려준 곳에 패키지 세트를 주문했다.
각 아이별로 묵직한 상자가 한 상자씩 집에 도착했다.
그날 저녁에 아이 이름을 모든 학용품에 이름 라벨링을 해야 한다.
처음 해본 것이어서 라벨링은 안 해도 되는 줄 알았는데
학교에서 온 이메일에 따르면 해야 한다고 해서 다 했다.
금요일 밤,
우리 남편은 나와 영화를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보지 못하고 계속 옆에서 구시렁대면서
큰 아이 이름 스티커를 꼼꼼하게 붙였다.
작은 연필부터 교과서 2권까지.
다 끝났나? 했더니 둘째 아이의 북리스트 물품이 있어서
그걸 또 스티커 붙였다.
도대체 딱풀 8개는 1년 동안 다 쓸 수는 있는가 모르겠다.
북리스트의 장점은 지난해 썼던 물건이 있으면 다음 해에 주문을 안 해도 된다는 것이 좋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리소스 스킵했다가 돈 안 낸 사람들이 많아서
이렇게 북리스트로 바뀌었다는데 믿거나 말거나.
아이들 이름 다 붙이고 나니 잘 시간을 훌쩍 넘었다.
1시간 반동안 하고 나니 기진맥진.
학교 가는 첫날 두 상자를 들고 각 교실에 전달해 줬다.
다른 학부모들도 다 들고 왔다.
북리스트 물품을 안 산 아이들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지만
그건 선생님이 알아서 하시겠지.
올해 준비물은 이걸로 끝.
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