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한 돈의 노예
(2023년 10월 10일~14일 '나의 기록'을 다듬어 올린 글입니다.)
6개월만의 기록이다.
정말 너무 오랜만이다.
그래서인지 내가 종종 나의 기록을 썼다는 것도 까먹고 살았다.
그러다 문득 내가 썼던 기록들을 꺼내보았다.
밤 늦은 시간까지 택배를 하여 잔뜩 지친 오늘..
갑자기 감성이 차올랐다.
무언가 나를 위로해줄, 혹은 공감해줄 존재가 필요했던 것이다.
2020년 11월 즈음, 내가 처음 썼던 '나의 기록'부터 보기 시작했다.
의외로 내가 글을 잘 쓰더라.
각각의 모든 날들이 나에게 큰 영감으로 다가왔다.
과거의 나와 소통을 하는 기분도 들고, 나의 인생에 대해 성찰해보는 계기도 되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글을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다.
앞으로 더욱 꾸준히 써야겠다는 결심과 용기를 가질 수 있었다.
그것이 참 감사했다. 또 행복했다.
작가를 꿈꾸는 나에게 글쓰기는 매우 중요하다.
잘 해야하고, 좋아해야 한다.
생각해보면..
좋아하긴 하는 것 같다.
머리가 복잡할 때마다 글만 쓰면 머리가 정리되었다.
또한 아무리 막히던 글이었더라도, 결국 다 써놓으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단지 문제는 이것이다.
‘잘’해야 내 직업이 될 수 있다는 것.
그걸 위해서 나는 매일 자주 오래 많이 글을 써야한다.
소설은 이래저래 생각해야할 것들이 많아 늘 어렵다.
반면, '나의 기록'은 글을 연습하고, 글쓰기 근육을 기르기에 안성맞춤인 듯 하다.
이렇게 소중한 '나의 기록'을 꼭 꾸준히 써보도록 하자.
6개월만에 쓰는 글이다.
그동안 내 인생에서 크게 바뀐 점이 하나 있다면..
바로 ‘쿠팡 로켓배송’이다.
쿠팡의 로켓배송은 주말, 공휴일 관계 없이, 24시간이내에 당일 주문 건을 당일 배송하는 시스템이다.
로켓배송이 시작함으로써, 택배기사인 내 삶에도 변화가 생겼다.
원래 7시 출근, 5시 퇴근 정도였던 내 근무 시간이 10시 출근, 9시 퇴근 정도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2회전 배송을 시작했다.
2회전 배송은 쉽게 말해, 배송을 두 번에 나눠서 하는 것이다.
오전에 한번 물건을 상차해 나가 배송하다가, 오후 3시 즈음 다시 센터에 들어가 분류 작업을 시작한다.
이런 2회전 배송을 하면 소비자들은 더욱 빠르게 물건을 받아볼 수 있게 된다.
반면, 나와 같은 택배 기사들은 배송갔던 곳을 다시 가야하기에 배송 효율이 떨어지고, 근무시간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퇴근시간이 대략 4시간 늦춰졌다.
9시가 넘어 퇴근을 하다보니, 여자친구와 같이 저녁 먹기가 참 어려워졌다.
로켓 배송을 시작하고 좋은 점은 수량이 늘었다는 것이다.
단지 2회전 배송을 하게 되어 효율이 무척 떨어졌다는 게 단점이지만 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무척 힘들다.
시간 효율을 따지면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지만, 다음 달 생활비, 대출이자 등을 생각하면 그만둘 수도 없다.
같은 팀의 형님들도 상황이 마찬가지다 보니, 서로 우스갯소리로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야, 이게 사람 사는기가? 우린 그냥 돈의 노예다. 돈의 노예."
그런데, 쿠팡 놈들은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가, 10시 반까지 배송을 마감하라고 했다.
중간에 밥 먹을 시간은 당연히 없었다.
마감 시간을 맞추기 위해 하루종일 달려야만 했다.
그나마 센터를 오가는 1시간 가량의 시간이 있어서, 운전하며 초코바나 초코파이를 먹었다.
물량이 적어서 조금 일찍 끝난 날은 '지원'을 갔다.
마감 시간 때문에 각 팀 별로 빨리 끝난 기사가 늦게 끝날 것 같은 기사에게 '지원'을 가야했다.
내 일이 끝나도 곧바로 퇴근을 하기가 쉽지 않게 된 것이다.
근데 하필 오늘 내 수량이 매우 많았다.
아파트 1단지 즈음 왔을때 지원 온다는 전화가 와서 고민했지만, 결국 지원을 안 받기로 했다.
그러다보니, 10시 반까지 참 아슬아슬했다.
왠지 지원 받으면 내 평판에 안 좋은 영향이 올까봐..
또 배송 효율이 좋은 아파트 1단지니까, 돈을 내가 다 오로지 벌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다.
그 이후, 나는 스트레스와 조급함에 휩싸였다.
평소 엘리베이터에서 읽었던 웹소설도 더 이상 읽지 못했다.
스트레스 때문에 심신이 괴팍해졌다.
심장도 크게 뛰고, 사소한 것 하나에 짜증이 폭발하는 등 무척이나 예민해졌다.
내가 선택한 조급함에 그만 잡아먹히고 만 것이었다.
어제 오랜만에 다시 했던 MBTI는 여전히 나를 INFP라고 하였다.
신기했다.
여태껏 이거 말고 다른 성격 유형이 나온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신기한 마음에 6천원 짜리 유료자료까지 사서 INFP에 대해 알아보았다.
‘친절하고 따뜻한 사람’이라는 말이 참 위로가 되었다.
동시에 경쟁에 취약하는 걸 알게 되었다.
그걸 보고 깨달은 사실은 이것이었다.
‘아.. 나는 조급한 상황이 힘든 사람이구나. 경쟁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구나..’
그래서 내가 앞으로 살면서 어떻게 해야 조급한 상황을 피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애초에 그런 방법은 없다는 걸 말이다.
결국은 회피가 아니라, 극복의 문제였던 것이었다.
그 순간 나는 생각을 바꿔먹었다.
‘이건 일종의 수련이야.’ 라고..
아무리 조급해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을 위한 수련이라고 생각했다.
그랬더니 강팍해졌던 나의 마음이 평온한 상태로 바뀌기 시작했다.
‘진작 이런 연습 좀 많이 할걸..’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늦지 않았다.
결국에 알게 되었으니까.
이렇게 하자.
앞으로 조급함을 마주하면, 그 친구를 연습상대 삼자고.
그래서 점점 더 평정심을 갖춰나가자.
택배 기사는 개인사업자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특수형태근로자이다.
근로자처럼 일하지만 정식 노동자가 아니다.
그러다보니 월급, 연봉 등의 개념이 없다.
퇴직금, 실업급여 등의 개념 또한 없다.
그냥 단순하다.
‘하는 만큼 번다.’
많이 하면 많이 벌고, 적게 하면 적게 번다.
처음에는 이것이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내가 근무했던 공장(산업복무요원으로 군복무를 했던 공장)은 아무리 일을 잘해도 월급이 똑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점이 함정처럼 느껴진다.
수량이 적으면 다음 달 월급이 줄어들까봐 걱정되서 더 하려고 하고..
수량이 지나치게 많으면 또 힘들어서 하기가 싫어진다.
요즘은 후자다.
이렇게까지 많이 하고 싶지 않은데 어쩔 수가 없단다.
로켓배송이 들어오고 2회전이 필수가 되면서 나의 삶은 워라벨붕이 왔다.
밥도 거르고 차에서 운전할 때 겨우 김밥으로 끼니 해결을 하는데도, 간신히 마감시간(10시 반)을 맞춘다.
심지어 못 맞출까봐 지원을 받아야하는 경우도 생긴다.
게다가 덩어리가 큰 지번(계단이 많은 빌라가 집약된 구역)은 맡길 사람이 없다고 나에게만 맡긴다.
(쿠팡은 고정휴일이 없기 때문에 돌아가면서 쉰다. 그러다보니 쉬는 사람의 구역을 다른 기사들이 나눠가서 배송하는 시스템이다. 그 분배는 보통 팀장 권한이다.)
그래서 더 힘이 빠지고 하기가 싫어진다.
계단을 오르며 이런 저런 위안이 될만한 생각들을 떠올려본다.
내가 가장 젋으니까.
유일한 20대니까.
내 아파트 구역이 좋으니까.
하나님의 자녀니까.
이 지번 구역을 매일 가시는 분도 계시니까 등등..
그럼에도 우울함, 공허함은 여전하다.
너무 시간이 없다.
오늘도 딱 그랬다.
아침 10시 반에 출근해서 12시 전에 출차, 3시 쯤에 다시 센터가서 분류하고 5시에 출차, 10시 반에 겨우 퇴근이었다.
퇴근하고 족발시켜서 포장해오고 11시 반쯤에 먹기 시작했다.
새로운 드라마를 재밌게 보며 먹으니까 벌써 1시.
그러고 겨우 책상에 앉았다.
아니 정확히는 앉을 생각을 하였다.
앉았다고 무엇이 달라지진 않는다.
할 일을 하기 전, 마음을 잡기 위해 유튜브 영상 하나 보고..
겨우 할 일을 시작한다.
하지만, 시작한지 얼마 안되서 내 고개가 나도 모르게 숙여진다.
졸음이라는 녀석은 계속 나의 틈을 엿보며 나를 공격해온다.
이것이 요 며칠 계속 반복되던 패턴이었다.
이렇게 글로 객관화해보니, 정말 답이 없다.
‘도대체 웹소설은 언제 써서 데뷔할래?’라는 답 없는 물음으로 스스로를 곤경에 빠지게 한다.
시간을 더 확보해야 한다.
‘그렇다면 1주일에 1번 있는 휴일에 노는 걸 포기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해보지만..
솔직히 나는 아직 모르겠다.
제발 사람이 더 구해져서 수량이 줄었으면 좋겠다.
주님… 저를 어떻게 쓰려고 이렇게 만드시나요… 제발 저를 인도하여 주소서. 이 못난 죄인을 사랑으로 보듬어 주시고, 저의 죄 모두 용서하여 주시옵고, 굳은 믿음 주셔서 주님의 길에서 변치않게 해주세요. 오로지 주님께서 이끄시는 길로 온전히 걸어가겠습니다…
나 혼자만 수량이 많은 날이었다.
팀장님은 분명 두 라우트(=구역)를 빼주겠다던 약속과 다르게 한 라우트만을 빼주었다.
끝나고 다 지원보내겠다고 하며 그냥 다 가져가라고 했다.
솔직히 싫었다.
나도 적게 갖고 가서 빨리 치고, 차라리 남들에게 지원가고 싶었다.
지원을 받으면 짐 옮기고, 정산하는 문제들 때문에 번거로웠던 이유도 있었다.
떼를 쓰다시피 할 정도로 수차례 설득하자, 결국 찝찝한 태도로 라우트를 떼주었다.
그 과정에서 눈치도 많이 보이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한숨도 많이 쉬고 일부러 티를 많이 냈다.
내가 그렇게 행동한데에는 아마 퇴근 후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오늘도 늦게 끝난다는 절망감에서 비롯된 것도 있다.(적게 가고 싶어서 미리 이야기했지만, 넘치는 수량 때문에 불가했던 것이다.)
기분이 나빴던 것 때문인지, 아니면 티내는 내 태도 때문이었는지..
일하면서 무척 예민했다.
짜증도 많이 나고, 스트레스가 격해졌다.
심지어는 번아웃 증후군이 온 것 마냥, 스트레스가 과도해져 정신이 아찔해지기도 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이렇게 생각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것 또한 지나가며, '연단'의 과정이라고..
예민함을 극복하는 수련의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예민함을 달래기 쉽지 않았다.
결국 다른 형님이 오셔서 외곽 쪽을 떼가주셔서 마음이 참 가벼워졌다.
내일 휴무라는 생각과 여행간다는 생각에 기분이 무척 좋아졌었다.
그때 알았다.
그냥 수량이 너무 많아서 짜증났던 것이었다.
이제는 정말 적게 받고 싶다…
끔찍하게 지겹다…
새벽 2시 쯤에 여행지에 도착했다.
내일 일정을 위해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잠을 청했다.
보통 오후 3시 입실인 숙소를 새벽 2시에 도착해서,
그것도 바로 잠을 잔다는 게 무척이나 아쉬웠다.
그럼에도 여행 온 것 자체가 어디냐는 생각으로 감사를 마음에 새겼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예쁜 디저트가 나오는 카페도 갔다.
물론 낚시도 했다.(쌩꽝을 쳤지만..)
원래는 차 타고 여행지를 한바퀴 일주하려했지만, 시간상 불가능했다.
시간을 오래 낼 수 없는 택배의 특성이 참 야속하게 느껴진 하루였다.
돈까스로 저녁을 해결하고, 집으로 돌아오며 찰나 같았던 우리의 1박 1일 같은 1박 2일 여행은 끝이 났다.
여행의 마무리 즈음, 여자친구가 나에게 미래에 대한 질문을 했다.
뭐 먹고 살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요즘 우리가 하루도 빠짐없이 고민하는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았다.
좋아하는 일에 중독되어 살아서, 실제로 오래 일하지만 일하는 것 같지 않다는 부자들의 습관을 떠올렸다.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가 좋아서 미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답을 내기 어려웠다.
확신이 부족해서였다.
그나마 내린 답은 '독서와 글쓰기'.
즉 작가라는 일이였다.
하지만, 그 일은 불안정하기에, 추가적인 무언가가 있어야할 것 같았다.
작가와 연결될 수 있는 일을 고민했다.
바로 '북카페'가 있었다.
책 읽으며 커피 마시는 제대로 된 북카페를 만들고 싶어졌다.
그러면 책에 더 빠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베스트셀러별, 장르별, 스태디셀러, 과거 명작 등 여러 코너들을 짜임새있게 구성하여 멋진 북카페를 만들고자하는 꿈을 키웠다.
하지만 현재의 나는 꿈만 거창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가를 꿈꾼다면서 고작 1화도 제대로 못 쓰고 있는 나.
독서를 좋아한다면서 집중력이 부족해 책 읽다가 졸고 있는 나.
한심했다.
그 북카페라는 꿈조차도 갈길이 한참이라는 걸 깨달았다.
장기하의 노래제목처럼 일단 '해'야하는데, 하고 말해야하는데..
뭣도 안해놓고 꿈만 큰게 바로 나였다.
한심했다.
그래서 글쓰기와 독서에 더 많이 시간할애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시간을 더 확보해야했다.
하지만 택배는 그럴 수 없다.
다른 직업들 혹은 알바는 수입이 적다.
고민했다.
고민 끝에 내린 오늘의 임시적인 결론은 '적게 받자'다.
돈 적게 벌어도 되니, 시간 확보를 최우선으로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제발 좀 일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왜 난 늘 압박감에 시달렸을까?
누군가 쫓아오는 듯이 조급함을 느끼며, 밥도 제대로 음미하지 못하고..
왜 그리 스트레스를 받으며 일을 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오늘 낼 수 있었다.
바로 수량이었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수량에 대한 욕심이었다.
더욱 많은 수량을 더욱 빠른 시간 내에 해야,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200만원을 벌다가 300만원을 벌게 되었을 때 어땠는가?
기쁨은 잠시였고, 목표는 어느새 400만원으로 높아졌었다.
반대로, 400만원을 넘게 벌다가, 갑자기 다시 200만원을 번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큰 좌절감과 조급함이 나를 괴롭힐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을 바꿔먹을 때다.
시간은 공평하다.
시간을 많이 쓰면, 쓴 만큼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긴하다.
단, 시간의 총량은 정해져 있어서, 한 곳에 쓰면 또 다른 곳에 쓸 것이 부족해진다.
그 말인즉슨, 돈 버는 데에 시간을 많이 쓸수록, 내가 하고 싶은 글쓰기에 쓸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내가 택배로 성공하고 싶은 건가, 아니면 글로 성공하고 싶은 것인가?
확실히 해야한다.
시간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고로, 나는 마음을 확고히 먹었다.
아무리 욕심이 나도 마음을 좀 비우겠다고..
좀 덜 벌더라도, 내 시간을 확보하고 싶다고..
쿠팡이 2회전을 시작해서 상황이 참 여의치 않다.
그럼에도 이와 같은 기준과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어야 내가 이루고자 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큰 라우트를 받는 날이면, 아무리 아깝더라도 나의 좋은 큰 구역을 떼어주자.
그래야 내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글이 써진다.
명심하자.
당장의 돈이 중요한게 절대 아니다.
글 쓸 시간을 확보하자.
더 중요한 것은 그 확보한 시간에 정말 글을 써야한다는 것이다.
이를 명심하고 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