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 상태의 나를 보았다.
(2023년 10월 17일 '나의 기록'을 다듬어 올린 글입니다.)
한 사람을 이루는 것은 무수히 많다.
그 중에서도 특히 핵심적인 것들이 있다.
이를 테면 가족 관계라던지, 전공과 직업이라던지..
두 가지는 한 사람의 근본과 관련된 것이라, 그 사람의 가치관, 성격, 생각 등에 큰 영향을 끼친다.
나는 그 두 가지 근본을 모두 상실했다.
부모님과의 관계는 여러 가지 일로 많이 멀어졌고,
반 평생 이상을 바라봐왔던 공부는 학교를 휴학함으로써 잠정 중단이 되어 있다.
막막함이 쏟아져 내렸다.
한치 앞도 모르겠는 느낌.
내가 도대체 무슨 사람인지 모르겠는 느낌.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알 수 없는 감정의 집합체가 스스로에게 쏟아졌다.
고통스럽고 우울했다.
무기력함과 함께 모든 걸 낙담한 채 포기해버리고 싶어졌다.
그럼에도 희미한 한 줄기 빛처럼 스며드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대로 날 그냥 놓아버리고 싶지는 않다.’
바뀌고 싶었고, 힘차게 살고 싶었다.
그런 마음가짐이 생기다보니, 생각의 전환이 찾아왔다.
근본이 사라진 나.
바꾸어 생각해보면 텅 비어있는 깨끗한 나.
백지 상태의 나.
무엇으로든 채워나갈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한 나.
한끗 차이의 뒤집기였지만, 나에겐 큰 의미가 있었다.
늘 부정적인 생각을 포기로 귀결시켰던 나였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부정적인 생각을 뒤집어버렸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전환해내었다.
그거 자체로 나는 상당히 기뻤다.
비록 그것이 무의미한 자기 합리화에 불과할지라도,
피폐해진 내 정신 상태를 물러나게 하기엔 큰 효과가 있었다.
그렇다면.
백지를 무엇으로 채우고 싶은가?
답은 정해져있다.
글이다.
물론, 나도 보통 사람들처럼 직장을 가지고 자신만의 전공을 바탕으로 자신의 분야의 일을 하는, 멋져보이는 회사원이 되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걸 선택하지 않았다.
그 삶은 그녀와의 거리감을 벌릴 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이면도 많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마음을 정한 지금.
나이가 많은 나는 열심히 빠르게 충실히 채워나가야 한다.
그렇기에 시간을 확보해야 하고,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놀고 싶은 마음을 절제하고, 스스로와의 약속에 철저해져야 한다.
찬란한 미래를 위해 오늘의 한 발자국을 기쁘고 영광스럽게 내딛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