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2024년 1월 16일 '나의 기록'을 다듬어 올린 글입니다.)
역시나 나다. 한심하다.
일할 때는 엘레베이터 몇 층 내려가는 시간도 아까워서 밀리의 서재 앱으로 글 몇 줄이라도 읽는데,
퇴근 후에는 도대체 무얼 하는 건가…
오늘 같은 날에는 문득 고3 때 친구 책상 위에 붙어있던 공부 자극글이 떠오른다.
“지금 허비하는 1분이 시험치는 순간에는 얼마나 소중한 1분인가..”
수량이 500개가 넘었지만 운좋게 10시 반 정도에 끝났다.
밥 먹고 나니 밤 12시 즈음이 되었다.
근처 공원에서 물가를 한번 스윽 걷고 집으로 돌아왔다.
운전을 하며 내 안에서는 갈등이 시작되었다.
‘뭐라도 하고 놀고 싶다..’ 와
‘집 가자마자 일단 작은 방 들어가면 오늘 할 일 할 수 있어.’ 였다..
바로 쉬고 싶다는 충동과 자기계발을 해야한다는 강박이었다.
둘 중 어느 쪽으로도 확고한 결정을 내리지 않은 채, 나는 그대로 소파에 앉았다.
핸드폰을 켰다.
TV를 보고 싶다던 여자친구도 드라마를 틀었다.
그리고 정신 차려보니 3시가 되었다.
시계를 보곤 정신이 아득해졌다.
스스로 절제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무척 괴로웠다.
내일 또 출근해야 하지만 도저히 날 자게 해줄 수가 없었다.
결국 그 죄책감이 나를 책상으로 붙들고 왔고, 의자에 앉혔다.
그나마 이 글을 쓰게 된 것도 그 덕이었다.
도대체 왜 그럴까?
퇴근하면 자주 마음이 붕 뜬다.
붕 뜬 마음은 나를 어디론가 떠나고 싶게 만들고, ‘해야할 일’과 관련해서 아무 것도 하기 싫게 만든다.
즉, 게으르고 나태하게 만든다.
고로 그 ‘붕뜨는 듯한 느낌’을 앞으로 잘 경계하자.
그 느낌이 들때마다 외치자.
“어, 왔니? 너 임마, 나 방해하려고 왔구나? 안 꺼져? 뒈지고 싶냐?”
험악한 표정은 덤으로 말이다.

택배는 고되다.
아침 눈 뜨자마자 후다닥 준비해서 나간다.
센터에 도착하면 물건들을 소분한다.
분류된 물건을 스캔 찍고, 트럭에 상차를 한다.
한참 배송을 했다가, 오후 3시 넘어 다시 센터에 들어온다.
그리곤 다시 분류를 하고 상차를 한다.
마저 배송을 한다.
이러면 딱 밤 10시 즈음이 된다.
대략 12시간 정도 택배일을 한다.
하루의 50%...
하루 24시간에서 택배 12시간 빼고, 잠 6시간 빼면?
6시간 남는다.
거기에 퇴근 후 저녁 먹는 시간도 빼면?
4-5시간 정도 남는다.
집안일 하는 시간도 빼면?
3-4시간 정도 남는다.
결국 내가 자기계발에 쓸 수 있는 시간은 하루에 3-4시간이다.
퍼센트로 따지면 하루 24시간의 12.5%에서 약 17% 정도이다.
어떤 부업을 하든 부족한 시간이다.
무언가 역량을 키워야할 20대.
그런 20대에 나는 소중한 시간을 팔아 한달 몇 백만원의 수익을 얻는다.
육체노동이라 피로도 또한 얻는다.
보통은 가장인 4-50대가 많이 하는 일이다.
가족을 위해, 가장의 무게를 지기 위해 많이들 하신다.
근데 28살 밖에 안된 나는 왜 2년 넘도록 이 일을 하고 있을까?
대입까진 나름 성공적으로 해냈지만,
방향이 없던 삶.
남들을 따라 살던 삶.
뭘 해야 할지, 하고 싶은지 불분명한 상태로 그냥 흐르듯 살아온 삶.
늘 남을 의식했고, 남이 기준이었다.
잘못됨을 인지했지만, 여전히 나 자신을 몰랐다.
아직도 모른다.
혼란스러웠고 방황했다.
그러다 빚이 생겼다.
빚 때문에 시작한 택배.
현재는 막연한 희망이 날 버티게 한다.
'어떻게든 일단 모으면 돼.'
'이걸로 돈을 벌면 구상 중인 멋진 사업체를 꾸릴 수 있을거야.'
'분명 나도 내 방향을 찾을 수 있을거야.'
근데 오늘 그녀가 다른 이야기를 했다.
택배가 너무 고되니, 일을 줄이자고.
다른 파이프라인을 구축해보자는 말이었다.
현재 내겐 글이었다.
(과연 글이 파이프라인이 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그때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럼 나 이제 악착같이 안 벌어도 되나?’
‘진짜로 이렇게까진 택배 안해도 되는 건가..?’
그리곤 머리가 하얘졌다.
몰려오는 예민함과 본질적 질문이 나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나 무얼 위해 살지?’
‘왜 난 계속 택배해야하지?’
‘돈을 모아서 뭐하지? 벌어서 뭐하지?’
‘내가 즐거워하며, 혹은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근데 그게 뭐지?’
‘난 노답이야. 도대체 무얼 할 수 있는 인간일까?’
등등등..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여전히 난 혼란스럽다.
생각도 많다.
이래 저래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싶지만, 자고 일어나면 다시 출근을 해야한다.
또 반복이다…
내일은 몇 시 정도에 끝나려나..
택배에만 좌지우지되는 내 삶이 싫다.
눈 뜨자마자 택배일 하는 게 싫다.
그래서 내일은 좀 더 일찍 일어나서, 출근 전 조금의 간격을 두고 싶다.
현 시간 3:37.
그러니 후딱 자련다.
답도 없고, 막막한 글이다.
뭘 위해 쓰고, 무슨 결론이 있나 싶다.
그럼에도 써본다.
정답은 아니더라도, 무슨 답안지라도 제출해야 인생이 명쾌해질 것을 알기에.
나는 내일도 고민하고 생각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