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쓰는 이유

만년 작가 지망생

by 주택야독

(2024년 1월 31일 '나의 기록'을 다듬어 올린 글입니다.)

못 쓰는 이유.png (이미지 출처: ChatGPT 이미지 생성)


드디어 알았다.

내가 맨날 입으로만 웹소설을 쓰는 이유 말이다.


바로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지 않아서이다.


물론 핑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 깨달은 바에 따르면 그렇다.



최근에 다시 써보기로 결심했던 작품을 쓰려고 책상에 앉았다.

주인공 캐릭터에 대한 색깔이 흐린 것 같아, 어떤 성격이 스토리에 찰떡일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왜 하필 소재가 X인거지?’

‘주인공이 X가 되면 뭐가 좋은데?’

라는 생각이었다.


대답이 술술 나오지 않았다.


제목을 다시 보았다.

독자 입장으로 봤을때 호기심이 들지 않을 것 같았다.


써놨던 1화를 다시 보니, X가 되어야하는 이유나 개연성 또한 존재하지 않았다.

순간 너무 한심한 나의 수준에 화가 났다.

고작 이 정도의 글을 가지고 만족하고 기뻐했다니…


‘회귀해서 X가 되어야만 하는 이유’가 가장 중요하건만, 그게 빠져있었다.



왜 그랬을까?


아마 이것 저것 끼워 맞춘 아이디어라 그런 것 같다.


물론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다지만, 내 글엔 중심이 없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런 기본적인 의문(X가 되어야하는 이유)이 누락되었던 것이다.


아마 내가 쓰고 싶은 글이 아니라,

웹소설스러운, 혹은 웹소설에서 뜰만한 아이디어들을 따라했던 것이다.



그 다음의 질문이 떠올랐다.


‘그럼 너가 좋아하는, 쓰고 싶은 글이 뭔데?’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난 판타지도 무협도 스포츠도 심지어 로맨스가 들어간 드라마도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머리가 멍해졌다.

무작정 지금껏 내가 써놨던 웹소설 구상 파일들도 봐보고, 문피아 베스트 순위 작품들도 염탐해보았다.

여기서 나는 또 다른 깨달음을 얻었다.


첫째, 제목과 소재가 막 빛이 날 정도로 창의적이거나 독특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뭔가 어디서 들어본 듯한 제목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조회수가 많이 나오더라..

둗째, 그 흔한 소재들로도 이야기를 매일 연재해나가더라는 것이었다. 매일 연재라는 꾸준함, 무슨 소재든간에 써내려간다는 끈기… 그것이 나에게 부족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그리곤 다시 내 글로 돌아왔다.

그동안 스스로 잘 썼다고만 생각했던 1화를 새로 쓰면, 문제가 해결될 것 같았다.


결국 그랬던 것이다.

1화를 새로 써야한다는 두려움과 걱정, 그리고 귀찮음과 성가심이 나를 포기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다시 내 글을 돌아보았다.

내가 써놓은 설정들과 인물들, 그리고 큰 그림…

아까웠다.


왠지 그들에게 미안했다.


어떻게든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정하면 편하다.

난 아직 쩌리다.

쩌리답게 엉망으로 써도 된다.



그러니 멈추지 말고 쓰자.

어차피 갖을 부담도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