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로 쓴 나의 시간

15년 헤어디자이너의 기록_1부 시작의 자리

by Hommy

3장. 첫 고객을 맡다_ 인턴의 첫 드라이 고객


인턴 생활의 대부분은 매장 정리와 청소, 샴푸였다. 하루 종일 손은 물에 젖어있고, 약품 냄새가 옷에 배어 있었다. "언젠가 나도 저 자리에서 고객의 스타일을 완성하겠지." 늘 거울 앞에서 가위를 든 선생님을 보며 그렇게 상상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순간이 찾아왔다.

"드라이 돼요?"

20대 초반의 남자손님이 예약 없이 들어왔다. 원장님께 여쭤보니 지윤이 네가 해 하며 뒷문으로 나가셨다.

순간, 몸이 얼어붙었다. 다른 선생님들도 있는데, 내가 왜?라는 표정으로 선생님을 쭈욱 쳐다보았지만 선생님도 나를 피해 다른 곳으로 이동해 버린 것이었다.


샴푸만 하던 내가 직접 고객의 머리를 맡는 건 처음이었다 나는 천천히 고객에게 다가가

"안녕하세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하며 자리를 안내했다. 평소와 다름없는 짧은 인사였지만, 내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드라이기를 켜는 순간, 바람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머리카락 사이로 바람이 스치는데, 혹시라도 뜨거워 고객이 불편하지 않을까 조심스러웠다. 머리는 땀에 범벅되었고, 빗질 하나에도 신경이 곤두섰다.

고객은 가만히 앉아 거울을 보며 앉아있었다. 그 모습에 더 긴장이 되었다. "내가 잘하고 있는지 지켜보는 걸까? 제대로 하는지 쳐다보는 거겠지? 고객이 만족할까?" 수많은 질문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드라이가 끝나고 왁스를 바른 후 세심하게 스타일링을 마무리했다.

뒷거울을 보여주고, 고객은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웃었다.

"감사해요!"

단 한마디. 하지만 내겐 세상 가장 큰 칭찬처럼 들렸다. 그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가 다시 뛰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내 손'을 통해 고객의 하루가 달라졌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 그날의 깨달음

돌아보면, 그건 아주 평범한 드라이였을지도 모른다. 완벽하지도 않았고, 아마 원장님과 선생님이 봤다면 부족한 점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내게는 처음 고객을 맞이한, 첫 번째 진짜 무대였다.


그날 나는 알았다. 가위로 자르는 순간만이 디자이너의 시작은 아니다. 고객을 맞이하는 첫인사, 머리카락을 말리는 작은 손길에서도 진심은 전해진다는 것을.


✨ 첫 드라이 경험은 내 인턴 시절의 가장 큰 전환점이었다. 고객의 미소 한 번이 내 손끝의 떨림을 멈추게 했고, 다시 이 길을 걸어가고 싶다는 확신을 주었다. 그것은 비록 작은 순간이었지만, 지금까지도 내 마음속에 가장 빛나는 시작으로 남아 있다.


✨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미용인이라면, 더욱 미용의 길을 갈 수 있게끔 확신을 준 경험이 있었나요?

굉장히 힘들었던 오늘을 보낸 당신에게 그런 경험이 있었다면 그 떨림을 다시 기억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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