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스테이는 '묵언'이 필수적인 수행과제여서, 재잘재잘 수다 떠는 걸 좋아하는 두 딸아이들에게 무리일 것같다라는 생각이 조금은 들었지만, '아이들이 잘 따라와 주지 않을까.' 하는 아이들에 대한 믿음으로.
또 어렸을 때의 경험들이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많은 부분 영향을 준다고 믿는 나의 마음으로템플스테이에 문을 두드렸다.
참고로 나는 '무교'다. 하지만 고즈넉한 사찰을 둘러보는 것을 좋아하고, 건축물의 아름다움을보여주는 여러 성당들을 가보기도 하고, 음.. 아이들을 데리고 아직 '교회'는 못 가본 것 같다.
2019년 처음 템플스테이를 간다고 했을 땐스님들이 있는 절에서 잔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많이놀라워했고, 템플스테이를 하며 입는 옷에 대해서도 7살이었던 둘째는 "저한테 맞는 바지가 있을까요?" 라며 묻기도 하고, 공양은 어떻게 하는지, 그리고 108배를 하는 것, 새벽공양 하는 것 등등. 궁금해했던 부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말을 하지 않는 것 '묵언'에 대한 것은 궁금함보다 걱정스러움이 아이들의 마음 안에 크게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같다. 아마도 아이들의 세계에선 상상조차 어려웠을 것이다.
두 번째 2021년도에 템플스테이를 갔을 때에는 평소 아이들이 한참 자고 있을 시간 '5시 반'에 행해지는 "새벽공양" 정도(?) 걱정을 했던 것 같고, 작년 템플스테이를 갔을 땐,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무념무상(無念無想)"으로 "3시 반에 행해지는 새벽예불과 5시 반의 새벽공양"을 모두 수행하며 아이들이 템플스테이에 임했던 것 같다.
또명상과 예불을 통해, 차분한 마음으로 내면의 깨달음을 얻기 위해 생각하는 '참선'의 모습들도 아이들에게 조금씩 보였던 것 같다. 나 또한 내 마음들을 살펴보며 '생각 정리'를 했다. 주부의 일상을 보내며 집안 정리만 했지. 생각의 정리는 따로 하지 못했었는데 템플스테이를 하는 1박 2일이라는 시간 동안 나만이 오롯이 갖는, 고독의 시간을 느끼며 정리하지 못했던 부분들의 작은 생각들까지 정리하며 내 마음을 깨끗이 쓸고 닦았던 것 같다.
여러 해 템플스테이를 경험하며, 내가 느끼는템플스테이의 좋은 점들이 너무 많지만, 그중에서 가장 좋았던 건 '이른 아침의 숲길을 걸어보는 것.' 아무도 없는 우리만의 여기. 곳 을.
평온함이 느껴지는 숲길을 걷다 보면 보이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들의 모습, 그 사이로 보이는 하늘의 구름들, 작은 아기새들의 지저귀는 소리. 그 속에 나의 작은 아기새들인, 아이들의 소리도 들렸다. 아주 작게 소곤소곤 귓속말을 하듯이.
"나예야. 언니가 오늘 새벽공양에 된장찌개 국물을 먹어보니까 생각보다 맛있었어."
"언니. 나는 밥이랑 김이 맛있었어.' 등등..
아침공양에 미슐랭의 별을 몇 개 줄 것인가.의 결정을 내리는 미슐랭 시식단이 된 듯 이야기를 하다가 '쉿'하는 나의 손 모습을 보고, 아이들 둘 다 손으로 '쉿' 했던 귀여운 모습들이 생각난다.
템플스테이를 하며 보통의 공양시간이 계절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는 하지만, 평균적으로 5시 30분쯤 되는 것 같다. 눈에 눈곱도 떼지 않고 방사에서 공양간까지 걸어가 먹는 공양의 맛은 ‘일어나기 힘든 시간이었지만 해냈어’ 라는 '작은 성공의 맛'.
평소와 다른 일상을 보내는 1박 2일이라는 시간 안에서 맛보는 '특별한 맛'이기도 하다. 아이들과 나는 아무 말 없이 고요히 공양을 먹으며 현재를. 그리고 지금에 집중했다.
공양을 맛 본 아이들의 평가는,
결과는 별 ★★★★★★★★★★
템플스테이에서 먹은 공양은 최고의 요리이며 공양을 위해 템플스테이를 가도 아깝지 않은 곳이라는 뜻.
그리고, 템플스테이를 하면서 내가 느꼈던 또 하나.
"템플스테이를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템플스테이를 한 번만 해 본 사람은 없을 것 같다는 것"
그만큼 템플스테이가 나와 아이들에게 주는 '의미' 가 컸던 게 아닐까.
무엇보다 순천 송광사 템플스테이에서는 둘째 날 아침 '스님과의 암자순례'를 하는 것이 좋았다. 2시간~2시간 30분 정도 송광사의 산사와 법정스님의 '무소유길'을 걸으며 스님께서 '삶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가' '그 안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등마음가짐에 대한 말씀을 해 주셨는데 걷는 내내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한결편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내 안에 숨어있는 고유함을 찾을수 있도록, 가끔은 아이들과 고요한 시간을 가져보는 템플스테이는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