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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완희 Jun 08. 2024

19화 무시래기 무시래이

금강산 가는 길, 양구 '두타연'

"신분증이랑 출입신청서 작성한 거 주시겠어요?"

"네. 여기요."

"엄마랑 아이 두 명 예약한 거 맞으시죠?"

"네."

(파란 줄로 연결된 출입증을 주시며)

"이건 들어가실 때부터 목에 걸고 있으셔야 하고요. 나올 때 다시 반납하시면 됩니다."

"네. 감사합니다."


 우리는 지금 금강산 가는 길 안내소 안에 있다. 안내소 안의 공간에는 어른들 서너 분이 출입신청서를 작성하고 계셨다. 우린 필요한 리플릿을 챙겨 안내소 바깥으로 나가 우리 차에 탔다. 그리고 15분쯤 후, 주차장에 정차되어 있는 차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주차장의 입구 쪽을 향해 줄을 섰다. 


 드디어 우리 차를 검사할 순서가 다가왔고, 군인 분들이 경례를 해주시며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창문 모두 내려주십시오. 트렁크 확인하겠습니다."


 '저기 짐이...'


 그날 우리는 미천골 자연휴양림에서 광치 자연휴양림으로 숙소를 옮기는 날이었고 트렁크엔 테트리스처럼 많은 짐들이 차곡히 쌓여있었다. 트렁크를 오픈하자 군인 분들이 살짝 당황하신 것처럼 보였고, 그것도 잠시 일제히 우리 차의 모든 것을 하나하나 검사가 아닌 '수색'하기 시작했다. 기본적인 인원점검부터 차량 안 확인, 음식을 넣어둔 캠핑용 아이스박스도 확인, 그런데 그날따라 두타연을 오기 전 오전에 셀프빨래방을 들렀던 터라 엄청 큰 빨래방 비닐에 든 우리의 세탁물들까지 있어서.. 앞서 차량수색을 한 다른 차들보다 조금 더 시간이 걸렸고, 나는 군인아저씨와 눈이 마주쳐 아이들과 여행 중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한참을 확인한 후  "네. 다 되셨습니다." 하고는 출발신호를 주셨다.


 무언가 살벌하고도 무서운(?) 분위기를 나만 느꼈던 건 아니었다. 차량 안을 수색하는 군인들의 모습을 본 아이들은 대체 그곳이 어떤 곳이기에 이렇게 차까지 다 확인하냐며 궁금해했고, 나는 아이들에게 민간인통제구역 내에 위치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더욱 철저한 검사를 받았다고 얘기했다.

안쪽입구까지 이동을 하는 동안, 전쟁이 나면 사용할법한 장치들(?)이 내 눈에 조금씩 보였고 우리 차뒤로 날리는 뿌연 흙먼지들을 보니 황무지를 연상케 했다. 비포장도로를 10분 정도 달려, 도착한 이곳은 바로 양구 '두타연'이다.



 멀리 물고기가 있는 큰 안내조형물에 '두타연'이라는 글자가 보였다. 그 앞에는 사람들이 10명 정도 모여있다. 우리도 주차를 하고 간단히 짐을 챙겨 해설사이자 우릴 인솔해 주실 선생님 앞으로 서둘러 다가갔다. 60대 할머니로 보이는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을 보며 몇 학년인지, 어느 지역에서 왔는지 등 물어보시며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가장 먼저, 안내소에서 받은 기계(GPS 위치추적 기능)는 꼭 목에 걸고 있어야 된다고 하셨고, 또한 두타연을 둘러보는 동안 개별행동은 절대 하면 안 된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렇게 선생님께서는 걸어가면서 천천히 설명을 해 주신다며 길을 안내해 주셨고 총을 멘 군인아저씨 두 분이 우리 뒤로 함께 이동했다. (이 분들은 우리가 출발했던 두타연 주차장으로  때까지 우리와 함께 동행하셨다.)   


 첫 번째 장소로 이동하는 숲 길에서 선생님께서는 여러 나무들에 대해 소개해주셨다. 가을이 다가오려고 해서 그러셨는지 특히 '단풍나무잎'과 '고로쇠나무잎'의 구별법을 알려주셨다. 두 잎은 비슷하게 생겼지만, 자세히 보면 큰 차이가 있다고 했다. 단풍나무잎은 잎의 가장자리가 촘촘히 삐죽삐죽 날이 서있고, 고로쇠나무잎은 잎의 가장자리가 단풍나무보단 매끈하게 이어지며 잎의 중간 부분이 단풍나무잎보다 넓은 것이 특징으로 서로 비교해 보며 길을 걸어도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평소 아이들과 둘레길을 걷고, 산을 오르더라도 숲 전체를 보는 시선이 많았었는데 작은 나뭇잎들을 살펴보며 두타연의 길을 걸으니 비슷하게 생겼지만 이름도, 생긴 것도, 다 다른 작은 나뭇잎들이 너무 신기했다. 이제 확실한 건 우린 단풍나무잎과 고로쇠나무잎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는 것. 이렇게 자연과 조금씩 가까워지고 알게 되는 작은 기쁨으로 두타연 길을 온몸으로 느끼며 걸었다.


 해설사선생님의 두타연 숲에 대한 설명이 끝나고, 더 깊어지는 숲 안쪽으로 들어가는데 민간인통제구역이라 안전상의 이유였지만, 아이들은 자꾸 뒤를 돌아보며 총을 멘 군인 분들을 바라보았다. 우리를 경호하듯 바짝 붙어 함께 걷는 군인 분들의 모습이 신기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다. 오늘은 아무래도 양구 두타연의 모습보다 '군인아저씨'들의 모습이 아이들의 기억 속에 더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을 살짝 해본다.



 그렇게 우리는 첫 번째로 양구 전투위령비가 있는 곳에 도착했고, 선생님께서는 양구의 여러 전투 중, 6.25 전쟁에 관련된 사연을 하나 이야기해 주셨다. 6.25 전쟁당시 중국군인이었던 분이 이곳에서 돌아가셨고, 시간이 흘러 그의 가족들이 양구 전투위령비에 꽃을 바치려고 왔는데, 꽃을 바치는 곳에 적군나라의 군인에게 바치는 꽃만 있어서 결국 꽃을 바치지 못하고 돌아갔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해 주셨다.

아무리 전쟁이라고는 하지만, 소중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우리나라를 위해 전쟁터에서 목숨을 바쳐 싸우신 분들, 우리나라의 군인들과 맞서 싸운 다른 나라의 분들까지 모두가 존경받을만한 위대한 분들이신것은 확실하다.


 양구 전투위령비 앞에 '길 가소서'라는 시가 쓰여있었다. 아마도 빗물로 인해 아래로 번진 것일 가능성이 크지만, 선생님께서 들려주시는 시를 들으니 빗물이 아닌 눈물이 흐르는 것 같은 안타까운 마음이 느껴졌던 순간이었다. 선생님께서는 전쟁을 치르며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 묵념을 드리자고 말씀을 하셨고, 우리는 그분들을 위해 다 함께 묵념을 드렸다.



길 가소서

배고픔으로 삼백예순 날
사무친 그리움으로 삼백예순 날
님의 그 삼백예순날이
반 백번 되도록
어리석어 몰랐습니다

마디마디 피로 물든 능선
토막토막 끊어진 단장의 대지
백석산 도솔산 가칠봉 펀치볼.....

누군가는 치루었어야 할 능욕을
님께서 온몸으로 치루신 터
이제 그 터 위에 님의 소망따라
새싹 움트고 여명이 밝아옵니다

님이시여!
지금은 피맺힌 원한도
사무친 그리움도 모두 풀 때
이승에서 못다이룬 민족의 화합
혼계(魂界)에서 하나되어
밝고 고운 한 빛으로
부디 길 가소서

그리하여 새로운 날
이땅에 다시 오시어
새 아침의 기쁨
땅끝까지 누리소서

고운 님이시여 길 가소서



 

 나는 아이들과 그분들의 고통과 희생 덕분에 우리가 현재를 잘 살아가고 있듯, 그분들이 겪은 세상의 고난과 아픔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들을 많이 나눈 것 같다. 조금은 무겁게 가라앉았던 우리들의 마음을 조금은 가볍게 해 주려는 걸까? 위령전투비 옆 조각공원의 풍경은 투명 그 자체였다. 맑은 날씨 때문인지 사물 하나하나의 빛깔이 선명하게 보였다.

선생님께서는 이곳이 50년간 출입이 통제되어 오다가 두타연 자연생태관광코스로 2003년부터 개방이 되었고, 오염되지 않은 자연환경으로 원시림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지역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천연기념물인 '열목어'의 최대서식지였지만, 지금은 수달이 늘어나 열목어를 잡아먹어서인지 열목어를 좀처럼 보기 어렵다고 하셨다. 하지만 '산양'이 서식하는 곳이라 평소 산양은 쉽게 볼 수 있다고 하셨는데, 아쉽게도 이 날 산양을 보지 못했다. 



 조각공원 안에는 여러 조형물들과 전쟁 때 사용했던 무기들도 있었지만, 아이들은 바람이 불면 큰 항아리 안으로 바람이 들어와 청아한 종소리가 조각공원에 울려 퍼질 것 같은 '소원을 들어주는 항아리'에 많은 관심을 보였고 항아리 앞에서 소원을 비는 모습도 보였다. 소원이 이루어지는 항아리에 대한 안내판의 설명을 옮겨보았다.

조선왕조 첫 번째 왕 태조 이성계가 조선왕조 개국(1392년)을 앞두고 금강산 월출봉에 개국의 염원을 담은 방산 백토로 만든 발원사리구를 묻었고, 그 염원 그대로 조선개국은 이루어졌습니다. 여러분도 DMZ 천연의 자연을 고스란히 간진한 방산면 두타연 소원항아리에서 당신의 소원을 빌어보세요.

 

 종에는 사람들의 소원이 조금씩 적혀있었는데, 대부분의 메시지가 한반도 '통일'에 관련된 것이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소원을 빌었는지 물어보았고 첫째와 둘째 모두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게 해 주세요.'라고 빌었다고 했다. "어? 엄마도 우리 가족의 건강을 소원으로 빌었는데." 우리의 마음이 통일됐던 순간이었다.


 이제는 두타사의 옛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길 양쪽 숲의 모습은 원시림 그대로를 보존하고 있어 깨끗하게 정돈된 숲길과는 정반대로 제멋대로인 숲의 모습을 갖추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무언가 질서를 갖추듯 줄기를 뻗고 잎이 자라 서로 함께 공존하며 숲을 이루고 있는 자연의 모습을 보니, 마치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것 또한 제각기 다르지만 하나의 사회를 이루고 있는 것과 같은 삶의 모습으로 보였다.

그리고 어느 속 안엔 출입금지의 철조망이 쳐져있는 을 보며 혹여나 '지뢰'가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은 두려운 감정이 들기도 다. 우리가 살아가며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처할지도 모르는, 두려운 마음이 아마 숲 속안 '지뢰'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우리의 마음 안에는 여러 감정들이 자리 잡고 있지만, 이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 가장 어렵지 않을까 싶다. 바로 '두타'. '두타'라는 것은 번뇌의 티끌을 떨어 없애고 의. 식. 주에 탐착 하지 않으며 청정한 마음으로 불도를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내려놓음'이 아닐까?

숲 길을 걷다가 만난 천 년 전의 '두타사 옛터'를 지나며 다시금 내 삶의 무게를 내려놓음과 동시에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내 삶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한 생각에 더욱 집중하며 길을 걸었다.


 숲길을 걸으며 조금씩 들려오는 계곡 물소리에 나의 귀를 쫑긋 세웠다. 계곡 물소리는 점점 커졌고, 이내 깜짝 놀랄 만큼 멋진 풍경이 나타났다. 


 

 사진으로 담기 어려울 만큼 계곡물은 정말 힘차게 흘렀다. 이 계곡물의 발원지는 여기에서 불과 35k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금강산이라고 하셨다. 아이들은 이 물이 금강산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이라고 하니 많이 놀랬고, 북한이 이곳과 가까이 있다는 것에 더욱 놀란듯했다. 그리고 한반도 지형으로 된 물줄기에 더욱 신기한 듯 두타연 계곡물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곳에서 두타연을 내려다보기도 했다. 

금강산 송라암에서 수행정진을 하던 회정선사(1678~1738, 호는 설봉)와 관세음보살에 얽힌 사연이 깃든 연못으로, 두타사라는 절이 있었다는데서 연유한 이름의 '두타연'이기도 하다.

회정선사는 금강산 송라암에서 3년 동안 천일기도에 진력하던 999일째 되던 날 꿈속의 한 여인으로부터 양구땅 방산면 건솔리의 몽골옹을 만나면 관음보살을 친견할 수 있다는 선몽을 받아 그가 인연으로 하여금 혜명방과 그의 딸 보덕아씨를 삼 년 동안 고생과 더불어 시봉을 해도 관음보살 있는 곳을 일러주지 않으니 산 넘어 몽골옹을 찾아 푸념을 하자 "아니 자넨 보현. 관음보살과 함께 살면서도 알아보지 못했던가?"하고 꾸짖으니 그가 곧 문수보살임을 그제야 알아보고 자신의 우치함을 깨닫고 다시 뵙기를 간절한 계족정진 기도로 염원하니 이곳 연못에 모습을 나타내시니 오늘 두타연으로 칭하고 남쪽 보리암, 동쪽 홍련암, 서쪽 보문사, 북쪽 두타사 보덕굴로써 우리나라 사대 관음성지이다.


 그리고 징검다리를 건너 반대편으로 이동을 하는 중, 내 차례가 되었는데 징검다리의 돌도 미끄러웠지만 물길이 세서 하마터면 금강산 계곡물에 빠질뻔했다. 아이들은 깜짝 놀랐고, 앞서가던 어떤 아저씨께서 도와주셔서 무사히 징검다리를 건너게 되었다. 조심한다고 하는데도 나는 왜 이렇게 사건사고(?)를 일으킬뻔하는지. 걷는 여행을 하면서 엄마가 아이들을 걱정하는 것에서 이제는 아이들이 엄마를 걱정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큰일이다. 큰일!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첫째 아이의 일기 중, 어느 일부분.
우리는 두타연 계곡을 앞. 위. 옆에서 보았는데, 같은 계곡을 보았더라도 다 다른 풍경을 만들어 내는 것이 너무 신기했고, 다 다른 계곡 같았다.(그리고 물 색깔까지도 다 달랐다) 그리고 징검다리도 건넜는데 다리는 총 2개가 있었다. 왼쪽다리는 돌은 작은데 안전하고 오른쪽 다리는 돌은 큰데 약간 안전하지 못한 돌이었다. 근데 나는 돌의 크기만 보고 오른쪽 것을 선택했다. 그래서 건너갈려고 했더니 돌은 미끄럽고 물이 왼쪽보다 더 쎄게 흘러서 진짜 위험했다. 나는 진짜 조심스럽게 건너갔다. 하지만 엄마께서는 넘어질뻔 하셔서 큰일날뻔하셨다(그 정도였다)




 징검다리와 두타교를 지나, 다시 원시림의 숲길을 걷다 보니 나타난, 철조망에 둘러싸인 '지뢰'. 꼭 이곳뿐만이 아니라 숲길을 걷다 보면 눈에 띄였던 '지뢰' 표시. 사람들에게는 잔혹한 전쟁의 아픔을 떠오르게 하는 위험의 표시지만, 철조망 안의 숲은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 희귀 식물이 자랄 수 있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존하고 있어, 사람과 자연에게 '지뢰'가 서로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보았던 것 같다.

또한 우리가 분단국가에 살고 있고 지금도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닌, 휴전 중인 사실을 망각하고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에 대해 두타연 숲길을 걸으며 아이들과 지금의 우리나라는 어떠한 상황에 놓여있는지, 그리고 통일이라는 것의 찬반토론을 이어가기도했다.


 그렇게 두타연 숲길 걷기를 마무리하고, 해설과 인솔을 해 주셨던 선생님과 군인 분들과도 인사를 나누고 우린 두타연(두타연 주차장)에 도착했다. 

정면에서 보는 두타연은 햇빛에 반사되는 물빛과 조각 같았던 돌과 동굴, 그리고 돌 틈에서 자라났던 나무들이 함께 조화를 이루어 몽환적인 모습을 내뿜고 있었다. 


 

 우린 처음엔 숲길 위에서 두타연을 바라보다가, 점점 가까이 다가가 두타연을 바라보았다. 두타연에 흐르고 있는 계곡물이 너무 투명하고 맑았다. 무언가에 홀린 듯, 처음엔 손만 살짝 담갔다. 그러다 어느 순간 발끝이 물속으로 들어갔고.. 여기까지.


 사실 정말 몰랐다. 두타연을 다녀온 후 저녁이 다 되어 아이들이 일기를 쓰고 있었고 리플릿을 보며 알게 되었다. 이곳이 입수금지 지역이라는 것을..


 "정말 손과 발만 아주 살짝(?) 담갔어요.. 다음엔 양구 두타연에 가더라도 절대! 그렇게 하지 않겠습니다. 죄송합니다.ㅠ.ㅠ"


 ※ 그날 저녁, 어디를 가더라도 '주의사항' 에 대해 미리 '공부' 하고 가자며 반성했답니다.






 강원도 여행의 마지막 숙소로 양구의 '광치 자연휴양림'을 예약하고, 여행을 준비하며 가볼 만한 곳을 검색하다 알게 된 곳으로, 걷기에 긴 길은 아니지만 공간의 소중한 의미가 있는 곳으로 살면서 한 번쯤은 아이들과 함께 두타연의 길을 걷고 싶은 마음이 들어 예약했던, 양구 '두타연'.


 주부의 삶에 너무 치우쳐져 다른 것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걸 일단 핑계로 하자. 이렇게 무지(無知)할 수 있나 싶지만, 나는 양구 하면 '무시래기'만 생각났다. 무시래기하면 떠오르는 '시래기 된장국'도.

먹으면 소화도 잘되고, 건강에도 좋아서 아이들에게 자주 끓여줬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땐 '쓰레기'국이라고 장난치 듯 얘기했지만, 부드러운 시래기를 참 좋아했던 아이들.

추운 겨울이 다가올 때쯤, 무청만 수확하고 무는 그대로 남아있는 양구 무밭, 무보다 무청이 더 유명한 '무시래기'의 고장, 양구.


양구 무시래기만큼이나, 잊을 수 없고 계속 기억될, 그날의 양구 '두타연' 걷기 여행이었다.


아이들과 나만의 비밀로 간직했던 두타연 위반 사건, 입수금지 지역에 손과 발을 담근 우리는 무사할까?

(잽혀 들어가는 건 아니겠지?) 아이고 무시래이...



아이고 무시래이: 경상도사투리지만, 한 마디로 뜻을 설명하기에 매우 힘든 감탄사. 그 상황에 따른 행동이나 표정을 보고 뜻을 해석해야 하는 고난도의 감탄사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민간인통제구역으로 인한 차량수색을 마치고 두타연 주차장으로 향하며 '(무서운 분위기에 긴장되는 마음이 들어서) 아이고 무시래이'

두타연 징검다리를 걷다가 돌에 미끄러져 물에 빠질뻔했지만 빠지지 않았을 때 '(안도의 한숨을 쉬며) 아이고 무시래이'

두타연을 다 둘러보고 나오며 차들이 차례로 금강산 가는 길 안내소로 가는데, 앞차의 흙먼지가 온전히 우리 차로 와서 우리 차가 흙구덩이가 됐을 때 '(와이퍼로 차 앞유리를 작동시키는데 흘러내리는 흙물을 보며) 아이고 무시래이'


그날 오후, 광치자연휴양림 숙소에 트렁크에 있는 짐들을 다 옮긴 사진이 사진첩에 들어있었다. 이 많은 짐들이 트렁크에 들어가 있었으니 군인아저씨들이 놀랄 수밖에.. 군인 분들이 경상도분이라면 아마도 이렇게 얘기하지 않았을까?


'아이고 무시래이...'







 어제는 인제 점봉산 곰배령, 오늘은 양구 '두타연'까지 강원도의 걷는 여행에 엄마와 함께 동행해 준, 나연이 나예 너무 고마워. 





아이들과의 열여덟 번째 여행 중, 어느 한순간.



우리의 걷기 여행은 계속 진행된다.






[두타연 지도]


사진출처. 양구안보관광지 통합예약시스템 홈페이지



[두타연 예약]

두타연 안보관광지는 민간인출입통제선구역 내에 위치하고 있어, 군부대의 훈련 및 상황발생, 기상악화 등으로 인하여 예약을 하였더라도 당일 불시 출입이 제한될 수 있으니 반드시 공지사항을 확인해야 한다.


※안내사항

방문객은 반드시 신분증을 지참하여야 한다.

입장하고자 하는 시간 최소 30분 전에 금강산 가는 길 안내소에 도착하여 접수해야 한다.

안보관광지 통합예약시스템 (ticketplay.zone)



[두타연 출입신청 절차]

출입신청서(서약서) 작성 - 안내소 접수 - 신분증 제시 - 차량 점검 - 이목정 초소 이동 후 차량 재점검 및 서약서 제출 - 두타연 입장



※ 주의사항: 입수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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