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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Mar 06. 2021

작지만 큰 행복

어느 봄날의 토요일

아이는 일찍 일어나서 간단하게 아침을 챙겨 먹고 공부를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12시 30분쯤 일어나서 배가 고파진 나는 신랑에게 "자기야 배고파"라고 한마디를 했습니다. 신랑은 자다가 깜짝 놀라 일어나면서 "우리 자기 배고프겠어요, 메뉴는 정했어요? 어떤 것으로 요리를 할까요?"라고 말을 하며 부지런히 씻고 잠옷에서 평상복으로 갈아입습니다. 그리고 신랑은 부엌으로 가서 아이가 메뉴를 정한 "김치볶음밥"을 만들고 있습니다.



주말에 브런치로 내가 준비할 때는 집에서 빵을 굽습니다. 아이와 신랑이 집에서 빵 굽는 것을 좋아해서 제대로 배운 솜씨는 아니지만 나는 빵을 구워서 브런치 상차림을 준비하곤 합니다. 하지만 자난달부터는 아이가 아빠에게 먹고 싶은 음식을 골고루 이야기를 하면서 주문을 해서 요리를 다양하게 하지 못하는 나는 주말 아침에 여유가 있어졌고 요리를 잘하는 신랑이 조금 바빠졌습니다.


신랑은 즐겁게 요리를 합니다. 본인이 정성껏 요리한 음식을 가족이 모여 앉아서 너무 맛있어하면서 함께 식사하는 그 순간을 즐기고 행복해합니다. 그 순간의 행복이 신랑이 말하는 "행복한 가정"의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가족 한 명 한 명이 행복해야 그 가정이 행복하다고 믿는 신랑은 나와 아이가 행복해하는 그 순간을 사진으로 기록하거나 마음에 담아두고 싶어 합니다. 자신의 눈으로 보고 마음 안에 행복상자에 소중하게 담아 둡니다.


친구로 만난 신랑은 내가 꿈이 뭐냐고 물었을 때

"나는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 꿈이야"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청춘 시절의 나는 그의 꿈이 작아 보여서 그런 꿈 말고 큰 꿈이 뭐냐고 다시 물었습니다.

"행복한 가정을 이루려면 우선 직업이 있어야 해, 매달 일정한 수입을 내가 가져와야 가정이 안정이 되지 그리고 내가 몸도 마음도 건강해야 가족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해"

"그건 작은 꿈이지 않을까? 나는 큰 꿈을 물어본 거야, 예를 들면 인류를 위해 공헌을 하는 과학자가 된다던가 아니면 정치를 해서 세상을 좀 더 이롭게 바꾼다던가 하는 그런 거."

"나에게 큰 꿈은 행복한 가정이야, 가정이 행복하려면 가족 한 명 한 명이 다 행복해야 해, 나는 그런 가정을 이루는 것이 정말 어렵다고 생각하고 그 어려운 것을 나는 해내고 싶어 그것이 나의 큰 꿈이야."


청춘시절의 나는 친구사이였던 그의 말을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지금 부부로 그와 긴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그가 말하는 "행복의 의미"를 알 것 같습니다. 그는 가족끼리는 누가 더 하고 덜 하고 그런 계산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서로 그때의 상황에 맞추어서 배려하고 마음을 챙겨주는 것이 가족이라고 합니다.


퇴근이 항상 늦어서 새벽 1시가 넘어서 들어오는 신랑을 나는 잠을 자지 않고 기다렸다가 그를 반갑게 맞이해 줍니다. 그는 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는 나의 건강을 걱정하면서도 반겨주는 나의 마음을 따뜻하게 받습니다. 아이는 주말에 늦잠을 자는 엄마와 아빠가 깰까 봐 조심스러워서 부엌에서 조용히 아침을 챙겨서 먹고 엄마와 아빠가 잠에서 일어날 때까지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주말에만 늦잠을 잘 수 있고 긴 시간의 잠을 자야 피로를 풀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아이는 엄마 아빠를 챙겨주는 따뜻한 마음으로 우리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린 것입니다.


신랑이 정성껏 요리한 김치볶음밥이 완성되었고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가 만든 요리는 일반적인 김치볶음밥이었지만 나와 아이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아빠가 정성껏 만든 김치볶음밥"이었습니다.



오랜 기다림에 맛난 음식을 먹어서 인지 아이는 김치볶음밥을 먹으면서 행복해 보였습니다. 나는 나보다 그가 요리를 너무 잘하고 같은 김치볶음밥이 왜 맛이 다르게 나오는지 알 수 없다고 말을 하면서 진심으로 그의 요리 솜씨를 칭찬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나와 아이는 그의 수고에 감사해하면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행복은 큰 것에만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서로 위해주는 작은 마음과 행동이 있다면

그곳에 행복이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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