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신랑이 출근하는 일요일이라서 신랑의 움직임에 나도 함께 잠이 깨버렸어요. 신랑은 그림자처럼 조용히 움직이지만 나는 조그마한 소리에도 가끔 잠에서 깰 때가 있어요. 잠에서 깬 나는 거실로 나갔고 부엌에서 조용히 내가 마실 커피를 내리고 있던 신랑은 나를 보면서 너무 놀랐어요.
"우리 자기 나 때문에 잠에서 깼어요?"
"아니 그냥 눈이 떠졌어, 커피 내리고 회사 갈려고요?"
"네, 자기 더 자요."
"자기 가는 거 보고요"
신랑이 회사 가는 모습을 현관에서 배웅을 하고 나는 몇 권의 책과 컴퓨터 그리고 커피를 옆에 두고 나만의 시간을 가졌어요. 조용한 아침의 시간이 마치 나를 위해 누군가 준비해 준 것처럼 즐겼어요. 아이는 이럴 때 깨우지 않고 잠을 자게 두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겠죠.
거실 창문으로 보이는 밖의 풍경은 겨울과 봄 사이의 느낌이었어요. 아직 초록 새싹이 다 나오지 않았지만 겨울이라고 하기에는 적당하지 않았고 이른 봄의 분위기가 나는 듯이 보였어요. 창문에 기대어 서서 지면을 가만히 내려다보니 작은 초록이의 머리가 보이는 듯했거든요.
계절을 관장하는 신이 "자 이제 때가 되었다! 모두들 밖의 세상으로 나오너라!"라는 허락이 떨어지면 땅속에 몸의 대부분을 묻고 머리만 살짝 보였던 초록 새싹들이 힘차게 밖으로 나올 기세로 대기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새싹들은 각자만의 꿈을 가지고 있을 거예요. 어떤 새싹은 화려한 꽃이 되려고 하고 또 어떤 새싹은 큰 나무가 되고 싶을 거예요. 그런 자신들만의 꿈을 마음에 품고 흙 안에서 부단히 노력을 하고 있을 거예요. 바깥으로 나왔을 때 좀 더 튼튼하게 자라기 위해서 지금은 자신의 몸을 탄탄하게 만들고 있는 거죠. 바람이 불어도 세찬 비가 와도 꺾이면 안 되니까 좀 더 자신을 뿌리부터 강하게 만들면서 지루한 시간을 버티고 계절을 관장하는 신의 말을 기다리고 있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