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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Mar 23. 2021

봄이 온 듯

인생의 봄날을 기대하며

아침부터 분주했다. 은행 볼일이 있어서 정말 오랜만의 외출이다. 나는 기관지 알레르기가 심해서 항상 집에만 있는다. 이런 봄에는 꽃가루도 날려서 나의 기침이 더 심해지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외출을 하지 않는다. 작년부터는 코로나 때문에 밖에 더 나가지 못하고 자택 감금되어 있는 것처럼 나는 생활을 하고 있다. 의사 선생님이 외출을 어지간하면 하지 말라고 나에게 신신당부를 해서 더 못 나가는데 오늘은 구실이 생겼다. 은행 볼일!



설레는 마음으로 집을 나가 길을 걷는데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도 봄바람이 느껴졌다. 집안 거실에서 큰 창문으로 내다보며 감상했던 그런 봄이 아니라 정말 봄 내음과 봄바람이 내 몸에 향수를 뿌리듯 한껏 향에 취하게 해 준다.

길을 걸으면서 콧노래가 절로 나오고 나는 흥얼흥얼 이맘때쯤이면 부르는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을 작게 부르면서 길을 걸었다. "마음 울적 한 날엔 거리를 걸어 보고~ 향기로운 칵테일에 취해도 보고~ 한 편의 시가 있는 전시회장도 가고~"라고 노래를 부르면서 하늘을 보니 미세먼지가 있다는 일기예보와는 다르게 파란 하늘이 나에게 미소를 지어주는 것 같았다.





파란 하늘에 초록의 소나무가 예쁘게 보였다 초록의 소나무 옆에 꽃나무는 아직 꽃이 피지는 않았고 꽃 몽우리가 올라와 있었다. 잔디밭에 조명을 비추는 것처럼 내리쬐는 햇살이 너무 예뻤다. 그 햇살로 인해 소나무의 그림자가 한 폭의 동양화처럼 잔디밭에 그려져 있어서 나는 연신 사진을 찍어 댈 수밖에 없었다. 나의 눈과 마음에도 아름다운 봄 풍경을 가득 담아 두었지만 사진으로 남겨서 이렇게 글로도 기록하고 싶었던 것 같다. 집에 오자마자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나는 이 길을 걸으면서 흥얼흥얼 콧노래를 불렀다.



계절의 시작인 봄은 마음을 항상 설레게 한다. 1월이 되었을 때 어떤 계획을 세워놓고 한 해를 잘 살아야지 다짐을 하였지만 작심삼일이라고 조금 마음이 풀어져서 '내가 어떤 계획을 세웠나' 하고 적어놓은 노트를 꺼내어 봐야 알 정도가 되었을 쯤에 봄이 시작이 된다.



계절의 시작을 알리는 봄과 함께 은근슬쩍 나도 한 해의 계획을 다시 시작해도 괜찮을 것 같은 생각이 들고, 봄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왠지 나의 출발을 허락해 주는 것 같다. 나는 봄과 함께 나의 계획을 시작해도 될 것만 같은 든든한 마음이 든다.



은행 볼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햇살이 더 눈이 부시게 비추었다. 거리에 큰 항아리 화단에 꽃들을 심어 놓은 것이 나의 눈에 들어왔다. 나는 꽃을 좋아한다. 꽃을 선물 받는 것도 좋아하고 꽃을 선물로 주는 것도 좋아한다. 모든 꽃을 좋아하지만 들꽃을 더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들꽃은 아니지만 뭐 어떠하랴 밖에 있으면 들꽃이지!



꽃들은 햇살 샤워를 하고 있었다. 살랑거리는 봄바람에 몸을 맡기고 햇살 샤워를 하고 있는 꽃들이 행복하게 보였다.

꽃들도 나름대로 근심 걱정이 있을 수 있겠으나 내가 보기에는 마냥 평화로워 보여서 나는 꽃들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꽃들은 산들산들 몸을 흔들면서 기분 좋은 노래를 부르고 있는 듯이 보였다. 마치 내가 봄의 정기를 느끼면서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면서 길을 걸었듯이 말이다.





살랑거리는 봄바람만 있지는 않았을 텐데 한동안 세찬 바람도 불고 꽃샘추위도 있어서 추웠는데 꽃들이 이렇게 예쁘게 자태를 뽐내면서 피어 있는 모습이 마냥 기특했다. 춥고 모진 바람에도 잘 견뎌내어 아름답게 꽃을 피운 이 아이들이 너무 예쁘게 보였다. 이제는 세찬 바람도 추운 계절도 물러가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바람이 산들거리면서 부는 완연한 봄이다. 이 꽃들이 행복하게 보내기 더할 나위 없는 계절인 것이다.



나는 꿈을 위해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을 그리면서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채워 나가고 있다. 되도록이면 기쁜 마음으로 꿈을 향해 나아가려고 하지만 그 가는 길에 가끔은 불안하고 걱정이 내 마음에 담길 때가 있다. "그 불안과 걱정이 나에게는 꽃샘추위와 세찬 바람이겠지"라는 생각이 든다.



이 꽃샘추위와 세찬 바람을 잘 견뎌내면


나에게도 반드시


부드럽고 따뜻한 바람이 부는


인생의 봄날이 오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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