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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Mar 27. 2021

오늘 하루가 더없이 소중하기에

지금의 행복을 다음을 위해 미룰 수 없다


늦잠을 잔 토요일 나는 신랑과 아이가 더 잠을 자도록 조용히 거실에서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나의 가족의 토요일은 늦잠을 자는 날이다. 가족의 토요일 시계는 매우 느리게 간다.


신랑이 잠을 자고 있어서 신랑이 아침마다 나를 위해 원두를 갈아 내려주는 커피를 마실 수가 없다. 더치커피가 있지만 오늘은 시드니가 생각이 나서 시드니 여행 때 이른 아침에 내가 타서 먹었던 커피와 동일한 커피를 탔다. 그곳 마트에서 장을 보는데 유리병이 예쁜 커피를 발견한 나는 그 커피를 사서 신랑과 아이가 늦잠을 자고 내가 먼저 일어나서 시간을 보낼 때 혼자 커피를 타서 지금처럼 뭔가를 긁적이거나 책을 읽으면서 커피를 마셨다.





시드니 여행에서 신랑은 커피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많은 카페를 다녔고 커피를 많이 사 먹었다. 물론 카페에서 마셨던 커피가 더 고급 지고 맛도 좋았지만 나는 가족이 잠들어 있는 그 시간에 호텔에서 조용히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졌을 때 마셨던 지금 이 커피가 기분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기분 좋음은 돈의 가치로 측정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나와 가족은 시드니를 자유여행으로 갔고 우리의 일정은 여유가 있었다. 그래서 아침에 충분히 늦잠을 자고 그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처럼 조금은 느리게 시드니를 둘러보았다. 시드니는 신랑이 청춘 시절에 영어를 공부하기 위해 잠시 머물렀던 곳이라서 시드니를 잘 알고 있는 신랑의 여유 있는 여행안내가 더 기분 좋게 기억에 남는다. "MOCCONA" 커피의 원산지는 네덜란드이지만 나는 이 커피가 왠지 시드니 커피같이 느껴진다.


시드니로 여행을 다녀온 후 나는 그 커피가 가끔 생각이 났는데 인터넷에서 파는 것을 알게 되어서 구입을 하였고 이렇게 가끔 나 혼자만의 시드니 추억 여행을 커피를 마시면서 떠나곤 한다. 물을 끓여 커피를 담아 놓은 머그컵에 뜨거운 물을 부으니 커피 향이 거실 안에 가득 퍼진다. 나는 커피와 책 한 권을 들고 조용히 거실 식탁에 앉아서 읽어 내려갔다.


커피 향이 내가 시드니 여행 때 이른 아침에 나 혼자 타서 먹었던 그 향과 동일해서 왠지 기분이 좋다. 나에게 시드니 여행은 나의 가족의 첫 해외여행으로서의 의미도 있지만 내 마음에서 어떤 "자유"로서의 의미도 있다. 오랜 짠순이 생활로 나의 가족과 국내에서 조차도 제대로 여행을 다니지 않고 열심히 돈을 모았던 내가 큰마음을 먹고 나와 가족에게 "추억"을 선물한 것이다. 삶에서 돈이 전부가 아닌데 나는 아파트 분양받을 때 생겨난 대출금이 부담이 되었고 그것을 빨리 갚는 것이 삶의 목표였던 것처럼 살았던 시절이 있었다.


열심히 맞벌이를 하고 대출금을 빠르게 갚아나갔지만 나는 건강을 크게 잃었었고 그때 삶은 내가 계획하는 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또다시 알게 되었다. 나에게 주어진 "오늘"이라는 시간을 소중히 써야 한다는 것도, 나를 사랑하는 소중한 사람들과의 추억이 돈보다도 더 중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시드니 여행을 시작으로 나와 내 가족은 3년 동안 6개월에 한 번씩 가고 싶었던 나라들로 조금은 긴 여행을 다녀왔다. 그 여행은 작년 1월 초까지 계속되었고 코로나가 발생하면서 잠시 멈추었다. 나는 코로나가 종식되면 내 가족과 함께 여행을 다시 시작할 것이다.




시드니의 하늘은 바다의 색상처럼 파란색이다. 꼭 포토샵으로 어떤 보정을 한 것처럼 그런 파란색이어서 나에게는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수상버스를 타고 가면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바다를 내려다보면서 나의 마음이 확 트이는 느낌이 들었다. 나와 가족은 시드니에서 추억을 쌓으며 행복감을 가졌다.


여행은 일상을 벗어나 서로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여행지에서 살고 있는 사람처럼 느리게 여행을 하면서 우리는 "여행지에서의 일상"을 천천히 즐겼다. 나는 여행지에서 삶을 일상처럼, 일상의 삶을 여행처럼 사는 것을 좋아한다.


여행의 기억은 나와 내 가족에게 기분 좋은 추억이 되어 이렇게 가끔 꺼내어 보곤 한다.


물건을 구입하면서 행복감을 느끼던 시기도 있었지만 나는 이제 "경험"에 더 큰 비중을 둔다. 여행은 나와 내 가족의 삶에 활력소이다. 일상을 간소하지만 행복하게 살고 그렇게 아껴진 돈으로 6개월에 한 번씩 여행을 떠나 우리 가족만의 추억을 만드는 것이 나와 내 가족에게는 최고의 선물이다.


여행을 위해 일상을 간소하게 살지만 그 간소한 삶에서 나는 행복을 찾고 있다. 하루하루가 더없이 소중하기에 지금의 행복을 다음을 위해서 미룰 수는 없다.



나에게 주어진 오늘 하루를 행복하게 살아야 내일도 또 다가오는 미래의 시간에도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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