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예쁘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봄날의 주인공이다.

벚꽃 구경을 나갔다. 주말에 비가 와서 벚꽃이 떨어지기 전에 신랑이 데이트 신청을 해서 정말 오랜만에 집 앞의 외출이었다.

벚꽃은 눈꽃처럼 화사하고 설레는 봄을 느끼게 해 주기에 충분했다. 벚꽃은 봄날의 주인공처럼 모든 사람들의 감탄과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더없는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나와 신랑은 벚꽃의 아름다움에 매료가 되어서 한참을 산책하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기관지 알레르기가 있는 나는 거의 일 년 동안 자택 감금 수준으로 집에만 있었다. 오랜만에 봄나들이 외출을 한 나는 더없이 행복했다.

더욱이 내가 좋아하는 꽃들이 만발했고 봄날의 공기는 춥지도 덥지도 않은 적당하게 기분 좋은 온도였다.


벚꽃 구경을 하면서 걸어가는데 나의 시선에 민들레 꽃이 눈에 들어왔다. 큰 돌과 돌 사이에 비좁은 공간에 흙도 많지 않은 그곳에 아마도 민들레 홀씨가 하나 바람에 의해 옮겨진 듯했다.

그 민들레 홀씨에게는 큰 돌이 아주 큰 바위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민들레 홀씨는 바위와 바위 사이에 비좁은 틈에서 오랜 시간 동안 버티고 견디어 내었다.

추운 겨울을 지나 봄이 시작될 때 민들레 홀씨는 흙 속에서 싹을 틔우려고 애를 썼을 것이다.

그렇게 민들레 홀씨는 있는 힘껏 싹을 틔워 씩씩하게 자라났다.

세찬 바람과 거센 비를 견디며 꿋꿋하게 견딘 민들레 새싹은 쑥쑥 자라서 벚꽃이 만개하는 그 시기에 함께 노란 꽃을 피워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벚꽃에 머물러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민들레 꽃은 의연한 모습을 잃지 않았고 자신만의 노란색을 더 예쁘게 가꾸고 있었다.


바위틈에 피어 있어 물도 햇살도 넉넉하지 않았을 텐데 민들레 꽃의 노란색은 봄날의 아름다운 색을 그대로 입고 있었다.

나는 그 민들레 꽃에게 시선이 머물렀다. 그리고 사진을 여러 번 정성껏 찍어 주었다.


민들레 꽃은 내가 사진을 찍는 동안 너무 기뻐하는 듯했다. 바람에 흔들리면서 민들레 꽃은 여러 모양의 포즈를 취해 주었다.


오랜 시간을 견디면서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가꾸어 온 민들레 꽃은 마치 지금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꽃의 자태를 뽐내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민들레 꽃이 봄날의 주인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