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잠을 잔 나는 조금은 느린 아침을 맞이하였다. 거실로 나오니 비가 쏟아져 내리고 있었고 해를 가린 구름과 빗줄기는 세상을 흑백사진처럼 보이게 하였다. 나는 거실에서 내다보면서 밖의 풍경을 조용히 감상하였다. 신랑이 출근하기 전에 나를 위해 원두를 갈아서 에스프레소로 내려준 커피를 마시면서 천천히 아침의 시간을 즐겼다.
문득 나의 청춘시절 독일에서의 아침이 생각났다. 내가 있었던 독일의 작은 도시는 아침마다 비가 내렸다. 그때 나는 새벽 6시쯤 일어나서 학교 갈 준비를 하고 7시가 되기 전에 거리로 나오면 비가 늘 부슬부슬 내리고 스산한 느낌이 들어서 마음까지도 허전하고 추운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낮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비는 그치고 운이 좋으면 햇살도 볼 수 있었다. 보통은 구름이 햇살을 가려서 흐릿한 날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독일 사람들은 해가 쨍쨍하게 비추면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잔디밭에 벌러덩 드러누워서 햇살을 즐기곤 한다. 나는 처음에 '저 사람들은 왜 그러나'라고 생각했는데 오랜 기간 햇살을 못 본 나도 해를 보게 되는 날은 잔디밭에서 그들처럼 햇살을 마냥 즐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