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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Jun 04. 2021

내게는 너무 어려운 요리

© RitaEphotography, 출처 pixabay, 나도 화려하고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내고 싶다.

나에게 요리는 너무 어려운 세계이다. 나는 요리를 잘하고 싶지만 아무리 노력을 해도 맛이 잘 안 난다. 나의 친정엄마는 나에게 입은 "장금이 입"을 타고났는데 손은 그렇지 못해서 고생이라고 농담처럼 이야기를 한다. 신기하게도 친자매인데 내 여동생은 정말 요리를 잘한다. 솜씨도 좋아서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은 요리를 차려낸다. 한 엄마에게서 어떻게 이렇게 다른 자매가 태어날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요리를 잘 하는 동생의 일상 메뉴

내가 맞벌이를 할 때 반찬가게 사장님과 친하게 지내게 되었다.  반찬가게 사장님은 내가 주문한 것 이외에도 내 아이가 좋아하고 잘 먹을만한 것들을 더 많이 챙겨주곤 하였다. 한국에서 "친분"은 종종 큰 재산이 되기도 한다.

내가 전업주부가 되고 나서는 열심히 공부하면서 요리를 하는데 실력이 잘 늘지가 않는다. 오히려 내 신랑은 시어머니의 탁월한 요리 솜씨를 그대로 물려받아서 그냥 만들어도 너무 맛있는 요리가 나온다. 나의 시어머니는 10가지가 넘는 나물 반찬과 갈비찜과 잡채 등 내 기준으로 잔칫상을 뚝딱 차려낸다. 요리 솜씨가 좋은 시어머니에게는 요리 솜씨가 안 좋은 며느리가 어쩌면 수학공식처럼 따라가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요리는 잘 못하지만 아이 공부는 잘 도와준다. 이건 나의 친정 부모님과 시부모님 그리고 내 친구들과 지인들의 나에 관한 이야기이다. 내가 공부해서 아이를 가르치는 일은 나에게 재미도 있고 성과도 있다.

하지만 요리는 내가 노력해도 잘 안되어서 맛이 제대로 나지 않아 못 먹고 버릴 때가 많다. 이런 내가 오늘 아이의 저녁을 준비한 것은 고추장찌개이다. 생협 물품이 배달되어서 신선한 재료가 있었고 나는 아이를 위해 열심히 요리를 했다.


아이를 위해 열심히 만든 고추장찌개


나는 한 가지 반찬을 만들어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리고 주방은 마치 잔치 요리를 준비한 것처럼 엉망이 된다.

긴 시간이 걸려서 나는 고추장찌개를 만들었고 아이는 노력한 엄마에게 칭찬의 의미로 "아주 맛있어요!"라고 말하면서 먹었다.

늘 요리 솜씨가 부족한 엄마에게 칭찬의 말을 해 주는 아이가 고맙다.

요리 솜씨가 좋은 신랑이 집에 있는 주말에는 나와 아이는 행복해진다. 신랑은 빠른 시간 안에 멋진 요리를 척척 만들어 낸다. 나와 아이의 입에 딱 맞춘 요리를 만들어 주는 신랑은 우리가 맛있게 먹는 그 모습을 보면서 행복해한다.

내 생각에는 노력하면 조금은 실력이 늘겠지만 요리도 예술처럼 타고나는 재능이 필요한 것 같다.

명절 때 시댁에 도착하면 내 시어머니는 우리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추어서 한상을 차려낸다. 며느리와 손녀가 좋아하는 음식이 가득한 상이다. 며느리가 편식이 심하고 잘 안 먹는 걸 아시는 시어머니는 새벽부터 일어나 며느리 입에 맞춘 요리를 해서 도착하는 시간에 맞게 요리를 완성한다. 지금까지 시어머니는 명절 때 나에게 음식 만드는 일을 시키지 않는다. 내가 많이 서투르고 주방에서 몇 번 사고를 쳐서인지 내가 주방에서 요리를 도우려고 하면 시어머니는 진심을 다해서 말린다. 시어머니는 나를 식탁의자에 앉게 하고 그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달라고 한다. 나는 내 주변의 일들을 이야기하면 아주 재미있게 들으시면서 대부분 시어머니 혼자 요리를 하신다. 주방보조는 내 신랑이 맡는다.

내가 시어머니에게 죄송한 마음이 들어서 "어머니, 제가 요리를 잘 못해서 죄송해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내 시어머니는 "아니다, 괜찮다, 각자가 잘하는 것을 하면 되는 거야, 사람은 각자가 다른 재주를 가지고 태어나니까 서로 잘하는 것을 하면 되는 거란다."라고 말씀을 하였다.

각자가 잘하는 것을 하면 되는 거라고 들으면서 자라서 인지 나보다 요리도 잘하고 살림도 잘하는 내 신랑은 기꺼이 집안일을 알아서 많이 한다. 내가 잘 못하는 것을 나무라지 않고 충분히 이해를 하고 본인이 더 많이 하려고 한다.

내 시어머니 말씀처럼 "서로 잘하는 것을 하면 되는 거예요"라는 말을 신랑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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