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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Jun 08. 2021

언니, 밥은 먹었어요?

© Firmbeephotography, 출처 pixabay

아이가 등교를 하였고 나는 "자유의 시간"을 누리고 있었다. 날씨가 너무 화창해서 집에 있는 창문들을 활짝 열어서 밖의 공기를 안으로 들어오게 순환을 시키고 나는 창밖의 풍경을 보면서 간간이 들려오는 새소리도 들으면서 15일 가계부를 쓰고 있었다. 아이가 집에 없을 때는 동전 초콜릿 몇 개와 커피로 대충 끼니를 때우거나 아이스크림을 먹곤 한다. 그런데 아이스크림이 떨어져서 오늘은 초콜릿과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핸드폰으로 주식창을 열어놓고 부지런히 가계부를 쓰고 있는데 아파트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나는 전화를 받았다. 전화기 너머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언니, 밥은 먹었어요?"

"아니, 그냥 커피랑 초콜릿 몇 개 먹고 있어요"

"언니도 참! 도대체 00만 학교 가면 왜 그렇게 안 챙겨 먹는 거예요?"

"알면서."라고 나는 대답을 했다. 그런데 이어지는 그녀의 말은

"문 앞에 선물 두고 왔으니 문 열어보아요."



나는 전화를 끊지 않고 현관문을 열었는데 문 앞에 두유 한 상자와 육개장 사발면 2개 그리고 양파 1개가 비닐봉지에 담겨 있었다. 물건들을 안으로 옮겨 놓고 나는 양파 한 개를 보고 웃음이 나서 그녀에게 말했다.

"도대체 양파 한 개는 뭐야? 그리고 웬 사발면?"

"오늘 사발면 주문한 것이 왔는데 언니가 밥도 안 먹고 굶고 있을 것 같아서 가져다 놓은 거예요, 양파는 혹시 언니네 양파 없을까 봐서, 나도 양파 3개 주문했는데 갑자기 언니 생각이 나잖아."

그녀의 말에 나는 너무 웃겨서 양파 한 개를 들고 소리 내어 웃었다. "내가 양파를 닮은 거야, 아님 양파가 나를 닮은 거야? 어떻게 양파를 보고 내 생각이 나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인터넷으로 장을 본 것이 배송되어 왔는데 조금씩 챙겨서 우리 집 문 앞에 두고 본인 집에 돌아가서 나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내가 평소에 식재료를 많이 사지 않고 냉장고 안에 채소들이 대부분 소진되어야 새로이 장을 보는 것을 알고 있는 그녀는 혹시나 그녀의 양파가 나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서 챙겨서 가져온 것이었다.

두유는 그녀가 3박스를 구입했는데 쿠폰을 사용해서 한 박스는 그냥 받은 거나 마찬가지라고 나에게 주었다. 육개장 사발면은 평소 내가 아이가 등교를 하면 군것질을 하면서 대충 끼니를 때우는 것을 아는 그녀의 세심한 배려였다. 혹시나 코로나 때문에 대면하면 불편해지니까 그녀는 우리 집 현관문 앞에 선물을 두고 집으로 돌아간 것이다.

내가 그녀의 전화를 받았을 때 그녀가 나에게 "언니, 밥은 먹었어요?"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 나는 따뜻한 마음이 들었다.

신랑이 점심시간쯤에 카톡으로 나에게 점심의 메뉴를 물어봐 주지만 가족이 아닌 친구나 지인이 그렇게 물어봐 줄 때는 보통 안부 인사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런데 그녀는 안부 인사가 아니라 내가 밥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가 궁금한 그녀의 어떤 목적이 들어가 있는 질문이었다.

나는 전화기 너머의 그녀에게 말을 했다.

"나는 그대에게 줄 것이 없는데 이렇게 자꾸 선물을 주면 어떻게 해, 그대에게 가끔 주던 커피도 없단 말이야, 요새 내가 주식을 매수한다고 쇼핑을 잘 안 해서 집에 먹을 것이 없어!"

"언니, 뭐 가져오면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알았죠?!"

그렇게 나와 그녀의 통화는 마무리되었다. 나의 아파트 지인들은 결혼하면서 신랑의 회사와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고 여러 지역에서 왔기에 아는 사람 한 명 없이 서로 외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인지 지금 중학생인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다니는 어린이였을 때 만나서 엄마들끼리 지금껏 우정을 유지하고 있다. 아이들은 사춘기가 와서 성향이 달라져서 어렸을 때 친했던 친구들이 크면서 관계가 소원해졌지만 엄마들은 아이들과 별개로 우정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게 언니, 동생 하면서 서로 아플 때도 챙겨주고 평상시에도 챙겨준다. 나는 요리를 잘 못해서 거의 얻어먹는 편이고, 그녀들의 친정과 시댁은 농촌과 어촌이 많아서 농수산물이 택배로 종종 올라오면 나에게까지 전달이 된다.

나는 그녀들 중에서 감기 몸살로 아픈 사람이 있을 때는 본죽에 가서 죽을 포장 해 와서 그녀의 현관문 앞에 두고 온다. 그리고 전화를 해서 죽을 사다 놓았으니 꼭 챙겨서 먹으라고 한다.

가족이 아니지만 어쩌면 "이웃사촌"처럼 지내는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진심 어린 마음으로 서로에게 다가가서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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