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상상하기 힘든 무겁고 마음 아픈 일이다. 나 혼자라면 아마도 그렇게 마음이 아프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내가 건강을 크게 잃었을 때 의사에게 들었던 "죽으실 수도 있습니다"라는 말은 어떤 큰 망치로 머리를 두들겨 맞고 내 삶의 전부를 부정당하는 느낌이 들었으며 그 순간 내 아이와 가족들이 떠올랐다.
지난한 치료의 시간은 여간해서는 화를 잘 내지 않는 내 성격도 변하게 하였다. 나는 모든 것에 생트집을 잡아 신랑을 달달 볶아대었는데 내 신랑은 나의 그런 말에 단 한 번도 화를 내지 않았다.
초등학교 저학년인 아이가 혹여라도 엄마 없이 살아가게 될까 봐 물론 나보다 아이를 더 잘 챙겨주는 아이 아빠가 있어서 마음의 짐은 덜했지만 엄마로서 딸의 미래에 함께해 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그 불안감은 나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다.
내가 나를 믿고 열심히 치료를 해도 시간이 모자란 순간에 나는 운명과 신을 원망하였다.나는 살고 싶으면서도 그 죽음에 대한 무서움과 두려움을 다르게 표현했던 것 같다.
그렇게 불안에 떨고 있는 나에게 신랑은 든든하게 나를 지켜주고 믿어주었다. 잘 해낼 거라고 늘 내 편이 되어주었다.
나를 혼자 두지 않았던 그의 따뜻한 마음의 힘이 나를 변화시켜 주었던 것 같다.
나는 다시 건강을 되찾았고 의사로부터 "이제는 일반인과 동일하게 사셔도 됩니다, 일 년에 한 번 건강검진만 하러 오세요, 그때 뵙겠습니다."라는 말을 들었다.
우리는 모두 자신에게 주어진 삶이 무한하다고 생각하고 살아간다. 하지만 내가 언제 하늘별로 가게 될지는 나도 그리고 그 누구도 모른다. 다만 "신"만 아실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