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라하의 별 Jul 07. 2021

아이를 잘 키워내고 싶은 마음

© RitaEphotography, 출처 pixabay


내 신랑은 가정적이다. 하지만 내가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본인이 회사를 다닐 수 있는 기한이 아마도 마흔 초반대일 거라는 말을 종종 했다. 어쩌면 불안해서 나에게 준비를 해 주었으면 하는 의도에서 말한 것일 수도 있고 회사에서 직급이 놓으신 분들이 마흔 초반대에 다른 일을 하려고 퇴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나도 그렇게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을 수도 있다.

그때 우리는 신혼이었고 결혼한 지 3년 정도 되었었다. 우리는 맞벌이를 하고 있었고 나는 계속 일을 할 생각이었기에 그에게 회사에서 나와야 되는 상황이면 언제든지 나오라고 하였다. 내가 돈을 계속 벌 수 있으니까 하고 싶은 것을 준비해서 다른 일을 하면 된다고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내 대답으로 하였다.

그 후 나는 아이를 낳았고 어느 날 그가 신생아인 아이의 얼굴을 너무 빤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내 아이는 신생아 일 때 나도 닮지 않았고 신랑의 얼굴도 없어서 처음에 나는 아이가 바뀐 줄 알고 병원에 주치의 의사 선생님에게 말을 한 적이 있다. 의사 선생님은 그날 아이를 낳은 산모는 나 한 명이고 아이가 인큐베이터에 들어갔던 아이도 한 명이어서 절대로 바뀔 수가 없다고 진지하게 나에게 말했던 기억이 문득 떠오른다.

어쨌든 신랑이 아이의 얼굴을 너무 들여다보고 있어서 나는 "왜 자기야, 정말 우리 얼굴을 닮지 않아 안 예쁘게 생겨서 걱정이 돼?"라고 물으니 "아니요, 안 예쁜 아가가 어디 있어요, 아가는 다 예쁘지요"라고 대답을 하였다.

그리고 잠시 더 아이를 들여다보면서 그가 말을 이어갔다.

"내가 회사를 아주 오래 다녀야 할 것 같아요. 우리 아이가 커서 공부를 오래 하려면 내가 지금의 회사를 아주 오래 다녀서 돈을 고정적으로 벌어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니야 그러지 마요, 나와야 할 상황이 되면 그만두고 언제든 나와요, 나는 자기가 회사에서 마음 불편하게 있는 것이 정말 싫을 것 같아, 돈은 내가 벌면 되니 걱정 말고 그런 상황이 될 때 나와요!"

"그냥 윗분들이 마흔이 넘어가면 부장에서 그 위로 진급이 어려워서 퇴직하는 것을 보고 나도 그래야 하나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어서 겁이 났던 것 같은데 지금 우리 아가의 얼굴을 보니 내가 힘이 나고 강해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그는 한 여자의 남편에서 한 아이의 아빠가 되는 순간을 맞이한 것 같다.

아이를 잘 키워내고 싶다는 열망은 그에게 아빠로서의 책임감과 강인함을 가져다주었고 그 무게감이 결코 힘들지 않고 많이 행복해했던 기억이 문득 떠오른다.

우리에게 주어진 아이를 잘 키워 낸다는 것은

책임감이 따르지만

그 책임감은 결코 무겁지만 않았던 이유는

부모가 된 우리의 마음에

아이를 향한 사랑이 가득해서 이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아빠가 만든 간식을 좋아하는 아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