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봄에 있었던 이야기이다. 아이는 오랫동안 다녀서 익숙하고 유년시절의 추억이 가득 있는 초등학교를 떠나 또 다른 사회인 중학교로 진학을 했다. 아이는 중학교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선생님들에 관한 이야기를 집에 오면 한 보따리 풀어내곤 했다. 아이가 없어서 조용하고 햇살이 한가득 거실을 채워 마치 시간이 멈추었나 착각이 들 정도로 고요했던 집안은
아이의 등장으로 조잘조잘 멜로디가 춤을 추듯이 햇살 사이로 퍼져나갔다. 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안 돼서 아이와 친구들은 진단평가를 봤고 결과도 후일에 알게 되었다.
진단평가는 국가에서 그 학년에 맞게 아이들이 잘 배우고 있는지 학력 수준을 알기 위해 치르는 시험이다.
지역이나 학교별로 편차가 있지만 내 아이의 경우는 초등학생5학년 때부터 중간, 기말고사가 폐지됐다.
시험과 잠시 동떨어져 살았던 아이들은 중학교에서 단체로 시험을 보고 결과를 받는 일이 낯설고 두렵게 느껴졌는지 성적에 관해 서로 이야기를 했고 아이가 하교 후 간식을 먹으면서 친구들의 이야기를 나에게 전해줬다. 아이는 아이의 집이 세상에 전부였는데
중학교에서 만난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돼서 낯설면서도 신기하다는 듯이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엄마, 난 엄마가 엄마 꿈을 꾸는 게 너무 좋아!"
라고 아이가 말했다.
"갑자기 무슨 소리니? 당연한 거 아니야? 너는 너의 꿈을 꾸고, 엄마는 엄마 꿈을 꾸는 게!"
"아니야, 친구들이 그러는데 00가 잘 되는 게 엄마 꿈이라고 말해서 부담이 된다고 하더라고"
라고 아이가 말했다.
그러고 보니 나도 문득 어릴 적부터 내 엄마가 항상 그렇게 말씀하셨던 게 기억이 났다. "프라하의 별이 잘 되는 게 엄마 꿈이야!"라는... 세상의 모든 부모들은 아이가 태어나고 그 아이를 품에 안는 순간 본인들의 꿈은 잠시 접어 두고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본인의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서 아이를 키워낸다. 부모들도 처음엔 꿈이 있었을 텐데... 부모님의 꿈을 먹고 자랐던 나 역시 부모님께 죄송하고 고마운 "사랑"과 "마음의 빚"이 있다.
내가 좀 더 다른 엄마들에 비해 이기적이었을까? 난 아이를 위해 잠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서 아이를 키워냈던 시간이 있었지만 그 순간조차도 난 꿈을 꾸고 있었다. 얼마 전에 싸이월드 폐쇄한다고 해서 아이 사진을 다운로드하려고 들어갔던 그 공간에서
내가 하루하루 어떻게 살았는지와 어떤 생각을 했는지 그리고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기록들을 발견하고 너무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아이를 키우면서 재택근무를 하던 시절이라 신랑이 아침에 출근하고 나면
나는 아이를 품에 안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하루 종일 웹디자인 작업을 했다.
아이가 어릴 땐 품에 안고 있으면 그나마 괜찮았는데
좀 더 커서 기어 다니고 걸어 다니는 시기에는
정말 회사일과 아이돌 보는 일을 다른 사람 도움 없이
혼자서 해내는 것은 전쟁처럼 내게 힘들었다.
중간에 밥 먹을 시간도 안 나서 비스킷 몇 조각을 입에 물고 일하던 시절에 글을 쓴다는 건 사치였을 텐데도
난 그 와중에 짧게나마 싸이월드에 아기 사진을 올려놓을 때 내 마음과 꿈에 대해서도 기록을 하며 나에게 글로써 위로를 건네었던 것이다.
그렇게 내 삶에 가장 치열했던그 순간조차도
나는 꿈을 꾸고 있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내 아이는 엄마가 엄마 꿈을 꾸고 본인 꿈에 관심 없는 것이 너무 마음 편하다고 한다.
사실 나도 표현만 안 할 뿐
내 아이의 꿈에 관심이 참 많은데...
나와 내 아이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또 보는 것도 좋아해서 가족여행으로 런던을 갔을 때 내셔널 갤러리에 그림을 감상하러 간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