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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Nov 15. 2020

엄마는, 엄마 꿈을 꿔서 너무 좋아

행복을 찾아 떠나는 지구별 여행

마치 눈이 내리는 것처럼 벚꽃이 흐트러지게 날리던

작년 봄에 있었던 이야기이다.

아이는 오랫동안 다녀서 익숙하고 유년시절의 추억이 가득 있는 초등학교를 떠나 또 다른 사회인 중학교로 진학을 했다.

아이는 중학교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선생님들에 관한 이야기를 집에 오면 한 보따리 풀어내곤 했다.

아이가 없어서 조용하고 햇살이 한가득 거실을 채워 마치 시간이 멈추었나 착각이 들 정도로 고요했던 집안은


아이의 등장으로 조잘조잘 멜로디가 춤을 추듯이 햇살 사이로 퍼져나갔다.

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안 돼서 아이와 친구들은 진단평가를 봤고 결과도 후일에 알게 되었다.

진단평가는 국가에서 그 학년에 맞게 아이들이 잘 배우고 있는지  학력 수준을 알기 위해 치르는 시험이다.

지역이나 학교별로 편차가 있지만 내 아이의 경우는
초등학생  5학년 때부터 중간, 기말고사가 폐지됐다.

 

시험과 잠시 동떨어져 살았던 아이들은 중학교에서 단체로 시험을 보고 결과를 받는 일이 낯설고 두렵게 느껴졌는지 성적에 관해 서로 이야기를 했고
아이가 하교 후 간식을 먹으면서 친구들의 이야기를 나에게 전해줬다.

아이는 아이의 집이 세상에 전부였는데

중학교에서 만난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돼서 낯설면서도 신기하다는 듯이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엄마, 난 엄마가
엄마 꿈을 꾸는 게 너무 좋아!"

라고 아이가 말했다.


"갑자기 무슨 소리니?
당연한 거 아니야?
너는 너의 꿈을 꾸고,
엄마는 엄마 꿈을 꾸는 게!"



"아니야, 친구들이 그러는데
00가 잘 되는 게 엄마 꿈이라고 말해서
부담이 된다고 하더라고"


라고 아이가 말했다.


그러고 보니 나도 문득 어릴 적부터 내 엄마가 항상 그렇게 말씀하셨던 게 기억이 났다.

"프라하의 별이 잘 되는 게 엄마 꿈이야!"라는...

세상의 모든 부모들은 아이가 태어나고 그 아이를 품에 안는 순간 본인들의 꿈은 잠시 접어 두고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본인의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서 아이를 키워낸다.

부모들도 처음엔 꿈이 있었을 텐데...
부모님의 꿈을 먹고 자랐던 나 역시 부모님께 죄송하고
고마운 "사랑"과 "마음의 빚"이 있다.​






내가 좀 더 다른 엄마들에 비해 이기적이었을까?

난 아이를 위해 잠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서 아이를 키워냈던 시간이 있었지만
그 순간조차도 난 꿈을 꾸고 있었다.​

얼마 전에 싸이월드 폐쇄한다고 해서 아이 사진을 다운로드하려고 들어갔던 그 공간에서

내가 하루하루 어떻게 살았는지와 어떤 생각을 했는지 그리고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기록들을 발견하고 너무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아이를 키우면서 재택근무를 하던 시절이라 신랑이 아침에 출근하고 나면

나는 아이를 품에 안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하루 종일 웹디자인 작업을 했다.


아이가 어릴 땐 품에 안고 있으면 그나마 괜찮았는데

좀 더 커서 기어 다니고 걸어 다니는 시기에는

정말 회사일과 아이돌 보는 일을 다른 사람 도움 없이

혼자서 해내는 것은 전쟁처럼 내게 힘들었다.


중간에 밥 먹을 시간도 안 나서 비스킷 몇 조각을 입에 물고 일하던 시절에 글을 쓴다는 건 사치였을 텐데도

난 그 와중에 짧게나마 싸이월드에 아기 사진을 올려놓을 때 내 마음과 꿈에 대해서도 기록을 하며 나에게 글로써 위로를 건네었던 것이다.


그렇게 내 삶에 가장 치열했던 순간조차도

나는 꿈을 꾸고 있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내 아이는 엄마가 엄마 꿈을 꾸고 본인 꿈에 관심 없는 것이 너무 마음 편하다고 한다.



사실 나도 표현만 안 할 뿐

내 아이의 꿈에 관심이 참 많은데...




나와 내 아이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또 보는 것도 좋아해서 가족여행으로 런던을 갔을 때 내셔널 갤러리에 그림을 감상하러 간 적이 있다.



고흐의 해바라기를 보고 있는 나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서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을 직접 본 순간



고흐의 싸이프러스가 있는 밀밭을 사진촬영하고 있는 아이


아이가 너무 좋아하는
고흐의 싸이프러스가 있는 밀밭을
직접 본 순간


나와 내 아이는 동일한 화가의 다른 작품을 좋아한다.


우리는 각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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