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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Dec 06. 2020

외동인 내 아이의 평생 친구

행복을 찾아 떠나는 지구별 여행

나는 외동아이를 키우는 엄마이다. 원래 나는 비혼 주의자였는데 결혼을 하게 되었고 결혼할 때 아이를 낳는 것이 나는 두렵다고 말했더니 분명 알았다고 말했던 남편은 시간이 흐른 후에 내가 아이를 낳는 것이 너무 아플 것 같아서 두렵다고 말하는 줄 알았다고 했다. 그래서 남편은 결혼 후 입양에 관해 이야기를 하였고 나는 아이를 제대로 키워내는 일이 두렵다고 말한 거라고 정정해 주었다.

결혼 후 맞벌이를 계속했던 나는 아이를 한 명만 낳아서 키웠다. 양가 어른들의 도움 없이 온전히 우리 부부가 아이를 키웠기 때문에 아이 한 명을 키우는 것도 우리 부부에게는 버거운 일이었다.

아이가 외동으로 커야 해서 나는 아이의 "외로움"이 걱정되었다. 나의 걱정과는 달리 아이는 어릴 때부터 동생 낳아달라는 말을 안 했다.


한 번은 아이에게 왜 동생 낳아달라는 소리를 안 하냐고 물어본 적이 있는데 아이는 "엄마, 아빠랑 지금처럼 지내는 것이 너무 좋아요!" 라고 말을 하였다.

우리 가족은 평소에 이야기를 자주 한다. 서로의 안부를 매일 챙기고 아이의 말을 잘 들어준다. 아이가 잘 못한 일이 있어서 혼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도 우리 부부는 아이에게 본인을 변호할 시간을 주고 이야기를 들어준다.


집안에서 아이는 어른들하고만 있어서 혼자라는 고립감을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부부는 아이의 마음을 잘 읽어 주려고 한다. 그래서인지 아이는 중학생인데도 조잘조잘 이야기를 잘하고 아빠, 엄마와 친구처럼 잘 지낸다.


아이는 외동아이라서 더 행복하다고 말을 한다. 그 마음은 중학생이 된 지금도 변함이 없다.


나는 언니 같은 또 친구 같은 동생이 있다.

나의 동생은 워킹맘이지만 김장까지 해서 나에게 보내주는 나를 살뜰히 챙기는 든든한 동생이다.

내 동생도 외동아이를 키우고 있다.


내 아이와 아이의 사촌동생은 5살 차이가 난다. 여름휴가를 종종 동생 식구들과 함께 해서 아이들은 사촌지간이지만 자주 시간을 보냈다. 또 한 번씩 어린이집 방학 때는 조카가 놀러 오기도 하고 그러면서 교류가 빈번하였다.


내 아이의 사촌동생이 어린이집 방학 때 일주일 정도 우리 집에 놀러 왔을 때 이야기이다.


사촌동생의 나이가 3살, 내 아이의 나이가 8살 무렵이었다.
그날따라 내 아이가 유난히 떼를 부렸다. 보통은 이야기를 하면 수긍을 하는데 어떤 것에 심통이 났는지 도통 내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고 말이 안 되는 억지를 부렸다.

나는 설명을 여러 번 했는데도 아이가 계속 떼를 부려서 하는 수없이 조금 언성을 높이면서 혼을 냈더니 아이가 서운했는지 울음이 터져 버렸다.
아이가 울면서 자기 방으로 뛰어갔고 나 역시 화가 나 있는 상태라서 도저히 아이를 달래줄 마음도 없어 소파에 그냥 앉아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꼬맹이 조카가 나에게 뛰어왔다.

나는 "왜? 우리 이쁜이 이모가 뭐해줄까? 배고파?" 라고 물었는데

내 앞에 서있던 조카가 내 허벅지를 고사리 손으로 있는 힘껏 내려쳤다.

순간적으로 나는 놀랐고 허벅지도 아이가 때린 것 답지 않게 너무 아팠다.

어떤 상황인지 도무지 나는 알 수 없었지만 우선 조카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꼬맹이 조카는 얼굴에 두 뺨이 살짝 볼그스레했고 표정은 매우 화나 있어 보였다.

나는 다시 침착하게


"왜 우리 이쁜이, 이모를 왜 때렸어?" 라고 말하니까

꼬맹이 조카가 "언니가 울어!, 이모 미워!" 라고 소리쳤다.

그 순간 나는 어떻게 설명할 수 없는 따뜻하면서도 든든한 마음이 들었다.

'3살짜리 꼬마가 도대체 뭘 안다고 언니 편을 들까, 한참 어른인 나에게 뛰어와서 나를 때릴 만큼 언니를 지켜주고 편들어 주고 싶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다시

"우리 이쁜이, 이모가 언니 혼내서 화났어?" 라고 말하니

"응!, 언니 울어!"라고 말했다.

"이모가 언니 혼내면 싫어?"

"응, 싫어!"

"우리 이쁜이, 이다음에도 언니가 울 때 편들어 줄 거야?"

"응, 언니 편할 !" 라고 꼬맹이 조카가 말했다.

그런 다음 이쁜이는 언니 방으로 뛰어가서 울고 있는 언니를 꼭 안아주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문득 나의 아이와 동생의 아이가 각각 외동이지만 서로 사이좋은 자매처럼 크고 지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아이도 사촌동생을 끔찍이 예뻐하고 본인 용돈을 모아서 만날 때마다 선물을 꼭 준비해 간다.

나의 꼬맹이 조카도 지금까지 언니가 최고라며 늘 언니 편을 든다. 우리가 여름휴가 때 갈 거라고 한 달 전에 미리 말을 하면 그날부터 내 아이의 사촌동생은 언니가 오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동해 바다 쪽에 살고 있는 사촌동생을 위해 영어를 잘하는 나의 아이는 스카이프 화상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매주 금요일 저녁에 영어를 가르쳐 준다. 물론 사촌동생은 영어학원을 다니고 있지만 영어로 말할 기회가 많지 않다. 그래서 내 아이가 올해 3월부터 지금까지 시험 기간만 제외하고 꾸준히 사촌동생과 영어수업을 하고 있다.

나의 아이와 내 아이의 사촌동생은 영어 단편 소설책을 가지고 재미있게 영어수업을 한다.

내 아이는 중학생이어서 매일 공부하기도 바쁠 텐데 전혀 싫은 기색이 없고 오히려 사촌 동생이 영어를 잘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커서 정성껏 가르쳐 준다. 사촌동생도 언니가 영어를 가르쳐 주니까 정말 열심히 영어공부를 준비하고 또 언니 얼굴을 봐서 너무 좋다고 말을 한다.

비록 컴퓨터 화상으로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지만 매주 그렇게 만나면서 둘은 또 서로의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이렇게 두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서로의 추억을 쌓아가고 또 서로 아껴준다면

내 아이와 내 아이의 사촌동생은 유년시절부터 삶을 공유하는 유일무이한 친구가 되지 않을까...

지구별 여행길에서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든든한 친구가 단 한 명만 있어도 그 삶은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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