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에는 낙엽이 많은 곳에 철퍼덕 주저앉아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서서 보는 나무와 하늘, 그리고 앉아서 보는 나무와 하늘은 매우 달라서 나는 그 느낌을 즐겼다. 그나마 내 친구들이 기꺼이 나와 함께해 준 것은 가을날 단풍을 구경할 때 길 위 낙엽에 주저앉아 나무와 하늘을 보면서 가을을 느끼는 것이었다.
미술관에서 그림을 볼 때도 정면에서 서서 보는 것과 옆에서 보는 것 또는 앉아서 보는 것에 따라 그림이 정말 다르게 느껴진다. 마찬가지로 나에게 자연의 풍경이 그러하였다.
친구들과 낙엽 위에 앉아 고개를 들고 하늘을 올려다보면 파란 가을 하늘에 여러 가지 색을 잎은 나뭇잎들이 그려졌고 흔들리는 나뭇잎과 그 사이로 내려오는 가을 햇살은 가을의 운치를 더해 주었다. 바람이 한 번씩 심술을 내는 듯이 세차게 불어오면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지면서 나뭇잎 비를 만들었다. 그 떨어지는 나뭇잎이 바람결에 흔들리면서 내려오는 모양이 참 예뻤다. 그렇게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또는 떨어지는 나뭇잎을 바라보면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