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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Nov 06. 2021

가을 햇살

오랜만의 외출이었다. 은행에서 만기 된 예금을 알리는 문자가 와서 어쩔 수 없이 외출을 하게 되었다.

나는 그 핑계로 나갈 수 있음이 오히려 기뻤는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머무르는 나는 은행 업무로 외출하는 것이 코로나 시대에 어쩌면 허락된 외출일 수도 있겠다. 밖의 공기는 집안과 다르게 느껴졌다.



자유를 박탈당하고 오랜 감금생활을 하다가 풀려난 자유인처럼 마음도 가볍고 외부의 공기도 다르게 느껴졌다. 그렇게 밖의 공간은 나에게 즐거움을 주었다.


가을 햇살에 샤워 중인 단풍잎들

완연한 가을이었다. 집안에서만 보던 단풍을 직접 보니 왠지 낯설었다. 실크 커튼이 내려오는 것처럼 하늘거리면서 비추는 가을 햇살이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다. 바람결에 여러 색채로 물든 나뭇잎들이 흔들리고 그중 어떤 잎들은 아래로 떨어지기도 하였다. 그렇게 가을의 운치가 한껏 느껴지는 풍경이 가득했다.



건강상의 이유로 그리고 아이의 기말고사가 얼마 남지 않아서 아이가 등교하고 없는 동안에 나는 아이 공부를 도와줄 학습내용을 미리 공부를 해야 해서 자유롭게 외출할 시간이 잘 나지 않는다. 전업주부이지만 중학생 아이의 기말고사는 나의 자유시간을 빼앗아가서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기 힘들다. 아이의 기말고사가 끝나면 아이도 나도 자유로움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을 것 같다. :)



은행에 가는 길이 산책길처럼 즐거웠다. 날이 추워지는데도 따뜻한 나라로 떠나지 않고 아직 머무르고 있는 새들이 있는지 여전히 나뭇가지 사이로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들렸다. 가을바람과 햇살이 나의 몸과 마음을 감싸 안으며 기분 좋은 추억여행을 시켜주었다. 나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산책하듯이 걸었다.



햇살은 마음을 행복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다. 거실 안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가만히 보고 있을 때도 물론 행복하지만 이렇게 길을 걸으면서 샤워하듯이 온몸으로 햇살을 느끼는 것도 행복감으로 충만해지는 것 같다.



나의 삶의 여정에서 순간순간에 머물렀던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햇살은 나의 소중한 친구들을 기억하고 또한 내가 열정적으로 삶의 여정을 살았던 모든 시간을 기억하고 있을 것만 같다.



지금 내 마음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가을 햇살이


내가 사랑하고 사랑했던


내 소중한 사람들에게


나의 그리운 마음을 담아 전해지기를 바라본다.





epilogue.

2021년 11월 4일에 기록한 글 입니다.


독자, 구독자분 모두 행복 가득한 가을날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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