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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Nov 20. 2021

가을의 운치가 남아있는

단풍과 파란 하늘

아이와 신랑이 각자의 사회로 떠나고 평소보다 내 기준으로 조금 일찍 일어난 나는 잠깐 산책을 하였다. 차가운 바람이 내 콧날을 스치고 지나갔지만 아직 겨울 초입보다는 늦가을 분위기를 더 내고 있는 자연의 풍경이 내 눈에 담겼다. 

코로나 이전에는 중국에서 밀려오는 미세먼지로 인해 파란 하늘을 잘 볼 수 없어서 아쉬웠는데 코로나로 인해 중국에서 공장 가동을 잘하지 못하는 이유인지 어쨌든 이번 가을에도 파란 하늘을 자주 볼 수 있어서 행복한 마음이 든다. 여러 가지 색채로 물든 단풍과 사시사철 푸르른 소나무의 조화는 어떤 그림보다도 아름답게 보인다. 

어제는 아이도 신랑도 각자의 사회로 가지 못하고 집에 머물렀다. 중학생인 아이는 지난주 금요일에 화이자 1차 접종을 받았고 힘들지 않고 잘 지나가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일요일 저녁부터 두통이 있어서 월요일에 담임선생님께 말씀드리고 등교하지 않고 집에서 쉬었다. 

나는 조금 지켜보고 아이에게 화이자 백신 접종을 받게 하고 싶었지만 아이는 몇 달 후 고등학생이 되면 학교에서 치르는 시험 하나하나가 내신에 들어가고 그 성적으로 대학에 진학하게 되는 시스템에서 코로나에 걸려서 아프면 안 된다고 접종하기를 원했다. 결국 아이의 뜻이 더 커서 어쩔 수 없이 지난주 금요일에 기말고사를 마친 아이는 백신 접종을 받았다. 평일에 학교에 결석하는 것이 싫은 아이의 뜻이 담겨서 금요일에 아이는 화이자 1차 접종을 하였는데 결국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월요일에 결석을 하였다. 



신랑은 평소 건강한 편인데 며칠간 퇴근이 더 늦었고 환절기라서 그런지 몸이 좋지 않아서 하루 월차를 내고 쉬었다. 그렇게 나와 신랑 그리고 아이는 본죽에서 구입해온 죽을 먹으면서 종일 잠을 많이 잤다. 그동안 밀린 잠을 열심히 자고 중간에 일어나 조금씩 죽을 먹으면서 쉬었던 하루다.

아이와 신랑의 컨디션이 나아져서 다시 각자의 사회로 떠나고 나니 어질러진 집안이 눈에 들어와서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킨 후에 열심히 정리를 하였다. 그리고 차갑게 불어오는 바람이지만 아직 겨울바람처럼 느껴지지 않고 가을바람 같은 기분이 들어 온몸에 그 바람을 샤워하듯이 맞고 싶어서 산책을 나가게 되었다. 어쩌면 마지막 가을 산책일 수도 있겠다는 조급한 마음까지도 들었다.



여러 가지 색채를 머금고 있는 단풍잎들

잔디밭에 흩어져 있는 단풍잎이 눈에 들어왔다. 여러 가지 색채를 머금고 가을의 운치를 한껏 뽐내는 단풍잎들을 보면서 잠시 머물다가 지나가는 가을이 왠지 아쉽게 느껴졌다. 어쩌면 노년이 시작되기 전에 계절이 가을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였다. 나는 노년기는 왠지 겨울 같은 느낌이 들고 지금 40대인 이 시기는 가을처럼 느껴진다. 요즘에는 각자의 건강 상황에 따라서 노년기를 맞게 되는 시기가 다 다르다고 한다. 나는 삶의 여정에서 겨울이 오기 전에 가을을 아주 오랜 시간 동안 행복하게 누리고 싶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모두 아름답지만 겨울이 오기 전에 다람쥐가 도토리를 열심히 모아놓듯이 나는 "건강함"을 모아 두고 싶다. 더 쌀쌀해지더라도 이렇게 아침에 산책을 열심히 나와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나이가 들수록 근력이 중요하다고 어디선가 들었던 기억이 나서 좀 더 빠르게 걸었다. 빠르게 걷다 보니 땀이 나서 쌀쌀한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나는 가을의 운치가 남아있는 지금처럼 

내 삶의 여정에서도 오랫동안 가을의 운치를 누리고 싶다

다시 열정적이고 화려한 봄, 여름을 누릴 수는 없겠지만 

모든 계절 중에서 풍요와 여유로움이 가득한 

가을도 멋지지 않은가.







epilogue.

2021년 11월 16일에 기록한 글입니다.

첫눈이 내려서 초겨울이지만 왠지 짧게 머무르다 가는 가을을 좀 더 마음에 담아 두고 싶습니다.

독자, 구독자분 모두 행복 가득한 가을날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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