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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Dec 13. 2021

겨울 햇살

차가운 바람이 한겨울이라고 말하는 듯한 아침이다. 베란다 초록이들을 위해 환기를 잠깐이라도 시키고 싶었지만 로즈메리와 다른 초록이들이 얼어버릴 것 같아서 창문을 열었다가 이내 포기하고 다시 닫았다. 12월의 첫째 주를 보내고 이제 둘째 주를 맞이한 오늘은 겨울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고 마음으로부터 받아들이게 된다.



아이와 신랑은 각자의 사회로 떠나고 집안은 매우 조용하다. 가족이 함께 있는 주말은 즐겁지만 집안이 조금은 어질러져 있기에 나는 월요일 아침 시간은 정리를 하기 위해 조금은 바쁘다. 나는 일상에서는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고 정리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가족에게 전적으로 협조를 부탁하지 않고 어느 정도의 동의를 얻어서 진행하고 있다. 적당히 어지르고 다니는 가족을 보면서 사람이 생활을 하면 어쩔 수 없이 흔적이 남을 수밖에 없다는 친구의 이야기가 생각이 나서 미소를 짓게 된다.


© Jill Burrowphotography, 출처 pexels

말끔하게 치워진 집 안으로 햇살이 한가득 들어온다. 햇살은 마음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힘이 있다. 가만히 거실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부자가 된 듯이 풍성한 느낌이 든다. 일상에서 느껴지는 행복은 반드시 큰 것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으로부터도 온다는 것을 햇살을 보면서 알게 되었다.



햇살을 만나는 하루는 마음이 즐겁고 우울한 느낌이 없지만 비가 며칠째 내리는 날에는 왠지 마음이 우울해지는 느낌이 든다. 청춘시절 독일에 머무를 때 햇살을 자주 만날 수 없어서 인지 아니면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이 많아도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불가능해서인지 우울함이 가끔 내 마음을 비집고 들어올 때가 있었다.



햇살이 어쩌다 내리쬐면 그곳 친구들은 분주하게 작은 담요와 커피 그리고 쿠키 몇 개와 책 한 권을 챙겨서 밖으로 나간다. 나의 스페인 친구는 항상 나를 챙겨서 햇살이 비추는 곳으로 나가 작은 담요를 펼치고 햇살을 바라보면서 누웠다. 밖에서 그렇게 눕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나는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그녀의 잡아당기는 손에 의해 하늘을 바라보면서 누웠을 때 나의 시선에 하늘이 담기고 햇살이 나의 얼굴과 온몸에 따스함을 전해주었다. 그렇게 햇살을 만나면 우울함이 비집고 들어오던 내 마음이 행복감으로 가득 차게 된다. 그 후로부터 하늘에 햇살이 고개를 내미는 날에는 나도 밖으로 나가 햇살 샤워를 하기 위해 준비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흔하게 만날 수 있는 햇살이 그곳에서는 귀한 햇살이었다.



오늘 아침은 가족들의 흔적을 치우고 정리하느라 시간을 다 보내서 나는 산책을 나가지 못하고 커피 한 잔을 들고 말끔해진 거실로 들어오는 햇살을 바라보면서 그 행복감을 만나고 있다.



지난주 금요일에 아이가 화이자 2차 백신 접종을 완료하였다. 아이는 두통과 무기력감이 있었지만 다행히 오늘은 컨디션이 어느 정도 괜찮아져서 등교를 하였다. 나는 아이에게 하루 더 쉴 것을 권했지만 학원을 다니지 않는 아이는 친구들이 있는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지난주에 아이의 담임선생님께서 자기소개서를 한번 체크해 주셨다. 선생님께서 수정하면 좋겠다고 말씀한 부분을 주말에 고친 아이는 그것도 선생님께 제출해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기어이 등교를 하였다. 아이는 고등학교 진학 준비로 인해 분주한 12월을 보내고 있다.


© Hassan OUA JBIRphotography, 출처 pexels

중학교 2년의 시간을 아이는 소풍도 수학여행도 그리고 주말에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도 전혀 하지 못했다. 아이는 중학교 1학년 때 소풍을 가고 시험이 끝난 주말에 친구들과 시간을 보냈던 것을 행복한 추억으로 기억하고 있다. 졸업사진마저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찍은 아이를 보면서 코로나 시대가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아이가 보내게 될 고등학교 시절에는


지금 거실로 눈이 부시게 들어오는 햇살처럼


행복한 일로 가득하면 좋겠다.



비록 공부하고 입시를 치르게 되는


아이의 고등학교 시절이


겨울처럼 춥고 힘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 사이사이의 시간에


눈이 부신 햇살이 비추어


아이의 마음에 행복감이 전해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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