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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Nov 29. 2021

내일 시험 보는 아이의 전야제

© lilartsyphotography, 출처 pexels

주말에 아이와 고등학교에서 배울 과목들을 선행하였다. 학원을 다니고 있지 않는 내 아이는 학교 수업과 집에서 엄마, 아빠가 공부를 도와주는 것이 전부이다. 나와 함께 아이는 계획을 세워 공부를 진행하고 있고 주요 과목 중에서 물리와 수학은 아이 아빠가 공부를 도와주고 나머지 과목들은 내가 공부를 도와준다.



고등학교에서 물리는 어떠한 내용을 배우는지 궁금해진 나는 아이와 고등 물리와 국어 인터넷 강의를 함께 들었다. 나는 물리를 좋아하지 않아서 듣고 있어도 노래 가사처럼 가볍게 내 머릿속을 들어와서 나간다. 그런데 아이는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마치 선생님이 실제로 앞에 계신 것처럼 질문에 대한 답을 크게 하였다. 나와 함께 국어 강의를 들을 때와는 정말 다른 모습이다. 국어 강의를 들을 때는 내가 초롱초롱한 눈빛이 되고 아이에게 보충 설명을 해 주느라 바쁘다. 아이와 내가 좋아하는 과목이 달라서 생기는 모습이 참 대조적이다.



나는 학창 시절에 가정, 가사 수업은 있었지만 기술 과목을 배운 적은 없다. 그런데 내 아이는 기술 과목을 배운다. 요즘은 남자와 여자 모두 가정과 기술을 동시에 배우는 시대라고 한다.



코로나로 인해서 작년부터 온라인 수업이 많았던 내 아이는 집 거실에서 강의를 들었다. 확 트인 거실이 본인방보다 좋다고 거실에서 공부하는 것을 아이는 좋아한다.



평소에 나는 아이의 학교 선생님들께서 수업하는 모습이 궁금했었는데 쌍방향 온라인 수업을 하게 되면서 궁금증이 풀렸다. 마치 교실을 나의 집 거실에 옮겨 놓은 듯한 풍경이었고 선생님은 열심히 수업을 하시고 아이들이 대답을 잘하지 않으면 호명해서 대답을 하도록 유도하는 열정적인 모습의 선생님을 뵙게 되었다. 물론 내가 선생님을 화면으로 뵌 것은 아니고 거실 소파에 앉아서 아이가 수업 듣는 것을 반대 방향에서 소리만 들었다.



아이가 거실에서 수업을 들으니 나는 아이의 수업이 종료될 때까지 거실 사용을 정말 조용조용하게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지금은 등교 수업을 해서 그나마도 온라인 쌍방향 수업이 추억이 되었다. 가끔 코로나 확진자가 아이의 학교에서 나올 때는 다시 온라인 수업을 하지만 대부분은 등교 수업을 하고 있다.


© Andrea Piacquadiophotography, 출처 pexels

나는 학창 시절부터 수업 시간에 졸음을 참지 못하고 졸고 있는 내 친구들을 이해하기 조금 힘들었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강의하는 내용에서 대부분 시험에 출제되는데 집중을 해도 모자를 시간에 졸음이 온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나도 수업 시간이 정말 재미없으면 딴생각을 하는 "공상"을 했었다.



내가 그런 성격이어서 그런지 내 아이도 수업 시간에 졸아본 적이 여태 단 한 번도 없다고 한다. 한 번은 내 아이가 친구들에게 "나도 한번 이번 시간에 졸아보아야겠다"라고 이야기를 하니 반 친구들 대부분이 "00야 그러면 안 돼! 네가 선생님 질문에 대답을 해 주어야 우리들이 마음 편안하게 잘 수 있지."라고 말을 했다고 나에게 아이가 전해주어서 내가 크게 소리 내어 웃은 적이 있다.



이런 나도 쌍방향 온라인 수업을 할 때 아이가 "기술"과목 수업을 열심히 듣고 있는데 그 과목에 흥미가 전혀 없는 나는 소파에 앉아서 괴로워하면서 졸음을 참느라 힘들어한 적이 있다. 아마도 내가 들어본 적이 없는 수업이기도 하지만 컴퓨터 프로그램에 관한 용어가 많이 나오는 것이 나에게 흥미를 끌 수 없었던 것 같다.



40대 어른인 나도 흥미가 없는 과목을 공부하는 것이 정말 재미가 없고 더욱이 단순히 졸음을 참는 것도 힘든데 한참 생기 있고 활동성이 있는 사춘기 아이들이 본인 흥미와 상관이 없는 과목의 수업을 들으면서 공부를 하는 것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공부에 집중하지 않더라도, 교실에 앉아서 수업을 듣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의 성실함이 느껴진다. 나도 학창 시절을 겪었지만 나와 지금의 아이들은 수십 년의 차이가 있어서 비교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내일 아이의 학교 선생님들께서 고등학교 1학년 3월 모의고사 중에서 두 과목을 곧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될 아이들을 위해 시험을 보게 해준다고 한다. 아이는 하교 후 집에 와서 저녁을 먹은 후 계속 내일 시험 볼 두 과목을 공부하고 있다. 아이는 나에게 고등학교 진학에 대비해서 선행하고 있는 과목은 오늘 공부를 쉬고 내일 시험을 대비해서 공부하고 싶다는 말을 하였다.

당장 내일 시험을 잘 보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존중해 주고 싶어서 나는 그렇게 하도록 해주었다. 시험 결과가 학교에 기록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는 학교 시험이라서 그런지 신경이 쓰이는 것 같다.



아이와 저녁 먹을 때만 잠깐 수다를 떨고 조용한 집안 분위기가 왠지 도서관 같은 기분이 든다. 나와 아이는 각자 본인의 할 일을 하고 있다. 아이는 내일 치르게 될 시험공부를 하고 있고 나는 노트북을 켜고 글을 쓰고 있다. 조용한 공기에 나의 워드 치는 소리가 조율되고 있다. 아이는 나의 워드 치는 소리가 방해가 안 되는 눈치이다. 아마도 본인 공부에 집중을 하고 있나 보다. 나는 아이가 고개를 옆으로 돌려서 나에게 말을 걸어주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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