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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원 Nov 19. 2024

일흔 둘

양말 분실사건

며칠 전에 세탁한 빨래를 너는데 양말 3개가 짝이 안 맞더라고요. 정말 이상한 게, 신고 벗어 둔 기억이 생생한 어제 신었던 양말도 짝이 없는 거예요. 빨래 바구니, 세탁기 안팍, 바닥 틈, 구석구석 한참 찾았는데도 없었어요. 이런 적은 처음이라 당황스더라고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궁리 끝에 이런 생각에 다 달았어요. '혹시 누군가 집에 침입해서 양말을 가져간 게 아닐까?', '신던 양말을 그것도 한쪽씩만 가져갔다는 건 신으려고 훔쳐갔다기보다 나에게 보내는 어떤 메시 다녀갔다는 증표를 남긴 것인가?' 양말 분실은 어느새 공포 스릴러로 둔갑어요. 상상만으로도 겁이 나서 현관 비밀번호도 바꿨니까요.


다음날 다 마른 양말을 정리하면서도 마음이 찜찜했어요. 외출하고 돌올 때마다 조심스레 집 안을 살피게 되더라고요. 사라진 양말이 일상에 균열을 내고 있었어요. '사라진 양말은 어디로 갔을까요?'


'범인은 가까이에 있다!' 오늘 아침에 기온이 훅 떨어져서 단단히 입어야겠다 싶어 두꺼운 후드를 꺼냈어요. 옷을 입는데 뭔가 팔에 걸리더라고요. 소매 쪽으로 밀어냈더니 양말 두 쪽이 슝하고 밀려 나오는 거예요. 황당 그 자체. 같이 세탁했던 후드티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던 거예요. 어쨌거다 이제는 안심입니다.


아직 찾지 못한 양말  이 남았지만 집 어딘가에 있을 거라 생각하려고요. 어떤 상상은 현실을 잡아먹기도 하더라고요. 공포 스릴러 시나리오는 그만 쓰렵니다.




앞으로 양말은 세탁망에 넣어서 빨아야겠습니다. 아무 데도 못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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