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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원 Dec 10. 2024

아흔 셋

공백이 된 시간

하반기에 시작한 일들이 마무리되어갑니다. 지난 금요일에 매일 아침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수강하던 세무회계 수업이 끝났습니다. 오늘은 8월부터 매주 화요일 저녁마다 수강했던 한국무용 수업의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시작할 때는 까마득하게 보였던 마지막에서 첫날을 돌아보니 그 거리가 너무도 짧게만 느껴집니다. 시작할 때는 여러 갈래의 마음이 있었던 거 같은데 마지막엔 항상 아쉬움이 크게 남습니다.


수업을 듣는데 급급해 이야기 한마디 나눠보지 못한 수강생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한 시기를 한 공간에서 함께 보낸 사람들인지라 낯이 익고, 수업시간에 보면 반갑고, 옅은 친밀감 같은 게 생겨서 이제 못만난다는 생각이 들면 아쉽고, 서운하고 그렇습니다. 특히, 좋은 선생님을 만났을 때, 마지막 수업은 유독 아쉬움이 큽니다. 감사함은 이루말할 수 없고요.


올해 좋은 선생님을 많이 만났습니다. 지식 외에도 선생님이 자신의 전문분야, 일을 대하는 태도와 생각, 학생들을 대하는 말과 행동을 보며 배운 것들이 많았습니다. 수업을 갈 때마다 '작은 것에도 허투루 설렁설렁 대충 하지 않고, 선생님처럼 성심을 다하는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눈앞에 작은 이익에 급급하게 행동하기보다는 시각을 멀리 두고 효율을 따져볼 수 있어야겠다', '실력으로 쌓은 자신감은 신뢰를 주는구나' 수업에 갈 때마다 좋은 에너지를 얻었습니다. 하나라도 더, 수강생들이 이해하기 쉽게 가르쳐 주시려고 노력하는 선생님을 보면 저도 자연스레 수업에 집중하며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배운다는 건 지식을 습득하는 것 이상으로 교류와 교감, 성찰과 성장을 이루어가는 과정인가 봅니다. 이제 공백이 된 시간을 무엇으로 채워갈지, 즐거운 고민의 시간입니다. 내년에도 좋은 선생님과 학우들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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