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감사와 경계
절기상 입춘을 지났으니 오늘 내린 건 봄비겠지요. 봄비가 내린 삼일절입니다. 지하철을 타고 지나온 서대문역이 오늘은 달리 와닿습니다. 106년 전 오늘, 유관순 열사는 '천안 아우내 만세 운동'에 참여해 대한독립을 외치셨지요. 이후 투옥되어 모진 고문을 버티다 17세 어린 나이에 지금 서대문역에 있었던 서대문 형무소에서 돌아가셨습니다.
평화의 시대에 나고 자란 저의 상상치로는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용기입니다. 유관순 열사처럼 이름이 남은 사람 말고도 수많은 개개인이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과 그럼에도 중요한 걸 지켜내겠다는 각오로 독립운동에 나섰을 겁니다. 그 덕분에 제가 오늘을 살게 됐습니다.
106년 전이라고 하면 멀게 느껴지지만 제가 태어난 해로부터 다시 셈하면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라 놀랍니다. 유관순 열사 태어난 해가 1902년, 제 증조할머니 뻘이 되실 테니 그리 일찍 돌아가시지 않았다면 동시대를 살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역사로 박제한 과거의 참혹함 또한 멀리 있지 않음을 알게 됩니다. 감사함과 경계함을 되새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