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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일흔 넷

사라져 버린 맛

by 주원

몇 년 전에 우연히 들렀던 빵집에서 사 먹었던 빵이 그 사이 까맣게 잊었다가 며칠 전에 뜬근없이 생각이 나 내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작은 원형 케이크만 한 크기의 빵으로 초코와 카라멜 마블링이 들어가 있고 상단에 카라멜라이징 한 견과류가 소복이 올라가 있는 빵인데, 정말 맛있어서 단숨에 먹고 다음날 그 빵을 사기 위해 먼 동네를 다시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도를 찾아보니 다행히도 빵집은 여전히 운영 중이었습니다. 며칠을 벼르다 드디어 오늘 그 빵집에 가보았습니다. 외관도 내부 인테리어도 그대로라 안심하고 들어섰는데 진열대에 제가 찾던 그 빵은 없었습니다. 혹시 다 팔린 건가 싶어 직원분께 빵의 특징을 설명하며 그 빵을 여전히 판매하시는지 여쭈었더니 현재는 생산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며칠간 부풀었던 기대가 단숨에 무너졌습니다. 이제 어디서도 그 빵맛을 볼 수 없다니 참 아쉽습니다. 건강에 좋지 않다며 빵을 멀리하는 사이 큰 행복을 주었던 빵 하나가 세상에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좋아하는 건 재고 때지기 보다 그 자체로, 즐길 수 있을 때 실컷 즐겨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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