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의 공격
지난 가을에 입었던 바지를 오랜만에 입고 나갔다가 복통에 시달렸습니다. 과거 헐렁했던 바지의 감각은 꿈이었나 싶게 허리를 쬐여서 모두가 즐거운 저녁 모임자리에서도 홀로 웃지 못했습니다. 배가 쪼여드니 맛있는 음식도 반갑지 않았습니다. 창자를 움켜쥐인듯한 불편함에 연신 안절부절. 머릿속에는 '이래서 집에는 무사히 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만 가득했습니다.
작년 가을 수영, 러닝, 건강한 식생활로 줄어든 허리에 맞춰 줄여놓은 바지였습니다. 그 이후 겨울부터 중단한 러닝, 안 건강한 식생활로 몸집이 늘어난 걸 염두하지 못했습니다. 억울하다고 시치미를 떼기엔 사진첩에 아이스크림, 튀김, 과자를 포함해 신나게 먹고 찍어둔 짜고 기름진 음식 사진이 차고 넘칩니다. 심각성을 깨닫습니다.
바지 버튼과 자크가 튼튼하게 버텨준 덕에 창피스러울 일 없이 집까지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이번 바지의 공격을 받고 그간 무절제했던 식생활과 너무나 절제했던 몸의 움직임을 반성했습니다. 바지와 화해하기 위해 지금 보다 많이 움직이고, 덜 먹도록 노력해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