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한정식
어머니를 모시고 가족 식사를 했습니다. 맛있는 쌀밥에 반찬이 정갈한 한정식이 드시고 싶다고 하셔서 한정식집에 갔습니다. 식당에 들어서기 전에 가족들과 약속을 하나 했습니다. '식당에 가서 불평 불만 하지 않기'
음식 솜씨가 좋으시고 요리에 자부심이 있는 어머니는 맛에 관해서 까다로운 기준을 가지고 계십니다. 식당에 가면 '짜다, 조미료가 많이 들어갔다, 싱싱하지 않다, 내가 한 것만 못하다, 가격이 비싸다' 같은 가혹한 평가를 내리실 때가 있습니다. 몇 해 전에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갔을 때도 첫 번째 식당에서부터 맛, 가격, 서비스를 두루 못마땅해하셔서 '맛집을 찾아 모시고 간 성의가 있는데 꼭 그래야 하느냐'며 말다툼을 하고 여행 시작부터 서로 마음이 상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식당에 갈 때 서로 표현을 조심하기로 했습니다.
한정식 정식은 그럴싸했습니다. 갓 지은 솥밥에 갈비찜, 더덕구이, 황태구이를 포함에 20여 가지 반찬이 차려졌습니다. 밥맛은 참 좋았습니다. 그런데 잡채, 구운 생선은 차갑고 딱딱했고, 나머지 반찬도 맛이 애매했습니다. 불평, 불만하지 않기로 했던 엄마, 저, 동생은 차마 말은 못 하고 느릿하게 젓가락을 움직이며 조용히 식사를 했습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잡채를 데워달라 했는데 얼마뒤 차가운 잡채가 양만 2배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더 달라고 했던 게 아니었는데 불통의 서비스. 침묵의 007 식사를 깨보려 어떤 반찬이 가장 맛있느냐 물으니 동생은 수많은 반찬 중에 생야채가 담긴 샐러드가 제일 맛있다 했고, 엄마는 고개만 절레절레 저으시다가 고사리가 그나마 괜찮았다고 하셨습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참고 참았던 솔직한 후기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식당에서 차마 말하지 못하고 참았지만 각자가 생각하고 느낀 실망감은 비슷했습니다. 열띤 성토회를 마치고 셋은 한마음 한뜻으로 오늘 한정식집은 꽝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앞으로 식당에 갔을 때 별점 5점 후기 인증 이벤트를 후하게 하는 곳은 의심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