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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 열

안전요원의 속사정

by 주원

비가 추적추적, 창밖은 어둑어둑, 몸은 으스스스, 잠만 솔솔 옵니다.

어제 저는 낮 12시부터 밤 10시까지 천변 공원에서 진행하는 봄 축제 안전요원이었습니다. 10시간을 꼬박 길가에 서서 달려오는 자전거를 막고, 하차 안내를 하고, 공연시작 후에는 혼잡을 피하기 위해 행인들의 통행을 안내하는 일을 했습니다.

서있는 시간이 6시간이 넘어가니 발바닥에 불이 난 듯 저리고 무릎 아래로 순환도 잘 안 되는 것 같고, 골반, 허리, 머리까지 갸우뚱 이리저리 한쪽으로 치우치며 자세가 무너졌습니다. 통제할 일이 많아도 정신이 없고, 붐비지 않을 때에도 눈과 귀로 사방을 살펴야 하니 쉴 새가 없습니다.

안전요원을 위해 마련된 공간이 따로 없어서 쉴 곳도 마땅치 않을뿐더러 알아서 쉬엄쉬엄하라는 지시는 '안전'과는 맞지가 않아서 잠깐씩 어정쩡 주저앉아서 다리를 풀었습니다.

막간의 저녁식사도 바람 부는 천막 안에서 햇반과 미지근한 컵라면으로 출발과 복귀시간 포함 30분. 바로 옆에서 천막이 나부끼고 종아리 사이로 센바람이 지나가고 밥은 차고, 뜨신 국물을 바랐던 컵라면도 차고, 시간을 촉박하고, 밥이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집에 가서 저녁은 어떻게 했느냐는 어머니께서 물으시기에 상황을 설명드렸더니 저더러 아오지탄광에 다녀왔냐며 우스개 소리를 하셨습니다.

자원할 때는 따뜻한 봄날 일부러 산책도 나가는데 밖에서 꽃도 보고 사람 구경도 하고 얼마나 좋아, 뭐 어려운 일이 있을까 하며 가벼이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전신 몸살을 앓으며 간신히 일어났습니다. 얼마나 고단했던지 피로가 풀리지 않아 하루 종일 시름시름 졸고 있습니다.


안전요원의 힘듦과 고단함을 조금이나마 경험한 하루였습니다. 밖에서 보면 꽃놀이 같은 일도 그 안에는 어려움이 있고, 직접 해보기 전까지는 각기 다른 힘듦과 고단함을 알 수 없는 거 같습니다. 그러니 감히 쉽다, 어렵다, 좋다, 나쁘다 말해서는 안 된다는 걸 또 한 번 세게 느낍니다.


세상 모든 노동자에게 경외와 감사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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