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오디
동네 슈퍼에서 오디를 발견했습니다. '이건 먹어야 해!' 단전에서부터 올라와 관자놀이를 울리는 강렬한 신호. 뜬금없는 마음의 소리인지, 영양분이 필요한 몸속 세포들의 요구인지, 도파민의 기억이 불러온 호르몬의 농간인지 알길 없지만 분명한 끌림에 오디를 샀습니다.
통실통실 농익은 오디를 베어무니 줄기는 쏙 빠지고 달큰한 과육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습니다. 오디맛에 홀려 선 채로 반통을 해치웠습니다. 욕심이 생겨 이 계절이 가기 전에 부지런히 사다가 많이 먹어야겠단 계획도 세웠습니다.
정신없이 먹을 때는 몰랐는데 정리하고 보니 오디를 집어 먹은 오른손 손톱 사이사이, 엄지손가락은 손톱까지 검게 물들어 있습니다. 비누칠을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얼굴은 더 가관입니다. 검정 입술에 새카만 혀가 호러물을 연상케 합니다.
작은 오디 열매의 영향력이 이리도 강력할 줄은 몰랐습니다. 오디는 맛도 맛이지만 여러모로 존재감이 대단한 열매입니다. 역시나 슈퍼푸드는 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