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구리와 다람쥐의 다이어트
겨울을 대비하는 다람쥐처럼 식량을 사 모을 때가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체중조절이 필요하다 자각하는 초입에 반복되는 현상으로 부지런히 사고, 돈 쓰고, 다 못 먹어서 스트레스를 받는 삼중고를 겪습니다. 인간은 합리적인 결정을 한다라는 경제학의 전제를 무참히 즈려밟는 행태로 면피성 반성과 충동적인 소비를 번갈아 합니다.
'탄수화물을 줄여야 해' 결심한 다음날 가방에는 옥수수, 빵, 1년에 한 번이나 살까 말까 한 떡까지 묵직하게 들어 있습니다. '과일도 줄여야 해'라고 해놓고 즉흥적으로 7킬로 자리 수박을 사서 낑낑대며 들고 옵니다. 제한하고자 하는 생각만으로도 이렇게 강력한 반발심이 생기다니, 게으름을 뚫고 행동하게 만드는 힘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런 강력한 힘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현되면 참 좋을 텐데, 아쉽습니다.
이제 냉장고는 한계치에 다 달았습니다. 식료품 지출 비중도 압도적입니다. 이럴 바에는 식이조절, 체중조절이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 마음속 청개구리의 위세가 커지지 않도록, 다람쥐 근성이 발현되지 않도록, 하던 대로 잘 먹고 다이어트는 차차, 뒤로 미뤄둬야겠습니다. 100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가 아닌 1보 전진하려다 100보 후퇴한 격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