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백 열 셋

불편함을 견디는 힘

by 주원

저는 제가 시키는 일을 성실히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업무를 주면 주는 대로 마다할 줄을 몰라 다 받아서 했습니다. 그러다 제풀에 지쳐 홀로 끙끙 앓다가 조용히 떠나기를 여러 번, 저는 회사생활이 어려웠습니다.


문제가 뭔지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상사와 소통을 어려워했고, 불합리하거나 과중한 업무 지시가 왔을 때 제 의견을 표현하고 조율할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불편한 감정을 억누르며 과로했습니다.


거절을 포함해서 감정표현을 못하는 제 성격 탓이라고 여겨왔는데, 거절을 못하는 기저의 불안이 뭔지 들여다보니 제가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불편해지는 관계, 상황, 그 순간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회사생활이든 인간관계든 오래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서로의 선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때때로 불편한 상황이 생기기도 하지만 그 시간을 견뎌야 점차 자기의 공간과 타인과의 거리가 명확해져서 서로가 편안해진다는 조언을 들었습니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었습니다.


회사생활을 할 때 제가 매달렸던 성실과 인내는 사실 불편한 상황을 피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그동안 '귀신을 피하려다가 호랑이를 만났다'는 속담처럼 불편한 상황을 피하려다 더 큰 힘듦을 겪어왔던 것 같습니다. 불편한 '순간'을 피하려다 내내 힘들어지는 악순환.


이제는 불편함을 마주할 용기가 내봐야겠습니다. 눈앞에 있는 사람의 기대를 기꺼이 무너뜨릴 용기, 실망의 눈빛, 비난의 말에 일희일비하지 않을 굳건한 마음, 나에게는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는 능력, 시간, 체력이 없다는 자각, 겸손한 마음으로 거절을 생활화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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