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백 예순

꽃게의 배신

by 주원

꽃게가 제철이랍니다. 지난해보다 어획량이 40% 늘어날 거라는 소식이 있을 정도로 올해는 꽃게 풍어가 될 거라고 하더라고요. 해산물을 좋아하는 저에게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뉴스를 보며 시기를 노리다가 어제 퇴근길에 마트에 들러 큼직한 꽃게를 4마리 샀습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큰 냄비에 물을 올리고 게를 깨끗이 씻어 찜기에 올렸습니다. 김에 묻어나는 향긋한 게살의 향기를 맡으며 서둘러 밥상을 차렸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빨리 꺼내먹고 싶었지만 꽃게 풍미를 더하기 위해 찜 들이는 시간까지 참았다가 잘 익은 꽃게를 식탁으로 옮겼습니다.


두근두근 제철 꽃게의 보들 달큰 진한 감칠맛을 기대하며 등껍데기를 분리하는 순간, 거무 튀튀한 국물이 흘러나오며 코를 찌르는 시큼하고 역한 냄새가 훅하고 올라왔습니다. 상한 꽃게의 여파인지, 나머지 꽃게도 상태가 안 좋았던 건지 비슷한 냄새가 나고, 속살이 힘없이 뭉개졌습니다. 비위가 상해 식사를 이어갈 수 없었습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스럽고, 시장을 보고 손질하고 요리한 게 다 부질없어져 허무하고, 뒷처리까지 고생한 걸 생각하면 속상하고, 환불을 받아야 마땅한데 거기에 들 수고로움을 생각하면 피로감까지 더해집니다. 꽃게가 아니라 고생이 제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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