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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원 Oct 01. 2024

스물 셋

코타키나발루보다 가깝지만 난이도 높은 여행지

강원도 화천을 아시나요?

저는 화천이라는 지명을 거의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보다 쉬운 지명인데 접할 일이 없었다는 게 의아스럽습니다. 화천과 연관된 지인이 있었더라면 지명정도는 친숙했을 텐데 말입니다.

어쩌면 더 오래 모르고 살았을 그곳에 갈 일이 생겼습니다. 아침 일찍 화천 외곽에서 진행하는 교육에 참석하게 됐어요. 그리고 대중교통편을 찾아보다 예상치 못하게 많은 것을 공부하게 됐습니다. 난이도 별 다섯 개의 여정입니다.

제가 참여해야 하는 교육은 화천터미널에서 8킬로 떨어진 곳에서 오전 9시 40분에 시작합니다. 동서울에서 출발하는 첫차는 6시 45분, 소요시간은 3시간입니다. 평일에는 2시간 40분 정도면 도착한다는 블로그 글을 믿어 보기로 하고, 터미널에 도착해서 택시로 이동하면 늦지 않을 거라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늦잠만 안 자면 된다 싶었는데...

(공지) 교육시간 변경, 9시 30분 시작합니다.

단 10분이지만 동서울에서 첫차를 타고는 맞출 수 없는 시간입니다. 이때부터 최적의 경로를 찾기 위한 벼락치기가 시작됐습니다. 서울-춘천, 춘천-화천, 춘천시외버스, 화천시내버스, 기차, 도보, 간선/지선버스, 경유경로, 대중교통앱, 지도앱, 블로그, 화천군홈페이지를 뒤지며 여러 경로를 탐색했습니다.

지도앱에서 최적의 경로로 춘천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가다가 어떤 면단위 정류장에서 내려 택시를 타라는데 정류장 로드뷰를 보니 택시를 찾을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서울-춘천-화천-도착지 경로로 가야 하는데 교통편이 많지 않아 시간이 도저히 맞지 않았습니다. 화천-도착지로 가는 시내버스는 하루 배차가 1번, 많아야 10번. 그나마 제가 타야 하는 시간에는 경유지가 달라져서 탔다가는 교육이 끝날 때까지 돌아올 수 없는 먼 곳으로 갈 뻔했습니다.

결국, 하루 전날 춘천에 갑니다. 내일 춘천에서도 화천행 7시 첫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지만 마음은 편합니다. 새로운 미션을 해결해 가는 모험이라 생각하니 재미가 생깁니다. 코타키나발루보다 가깝지만 난이도 높은 여행이라고 마음먹으니 내일 교육 끝나고  할까 행복한 기대를 하게 됩니다.

화천의 가을 풍경 실컷 보고, 맛난 음식 잔뜩 먹고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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