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 구씨가 했던 말을 종종 떠올려요.
"사람들은 말이 너무 많아"
듣는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에요. 쓸데없는 말은 없다지만 지치게 하는 말은 있더라고요. 특히 묻지도 않은 '나'의 이야기를 무한히 늘어놓는 사람을 만나면 몹시 난처해요. 자리를 박차고 나갈 용기는 없고 사회적 체면, 예의를 저버릴 수도 없어서 마주 앉아 고개를 끄덕이며 듣지만 듣기 싫은 나의 마음 들킬까 시선은 갈 곳을 잃고, 표정은 마네킹처럼 굳어져요. 도저히 참기 힘들 때는 산만하게 부산을 떨기도 하는데 효과는 별로 없더라고요. 그럴 때면 급격한 체력저하를 느껴요.
구씨가 미정이랑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먹으면서 호스트바에서 일할 때 손님들 하소연 듣는 게 너무 힘들어서 일을 때려치웠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거든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다가 위기가 올 때면 그 장면을 떠올려요. 구씨는 얘기를 듣느니 어디 가서 뚜드려 맞는 게 낫겠다고 말했지만 저는 그 정도는 아니에요. 마음속으로 그 사람과의 거리를 다시 재보기는 하지만요.
사람들은 말이 많고, 들어줄 귀는 적고, 제가 가진 두 귀의 체력과 인내심은 얕고. 누군가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는 걸, 저 또한 제 이야기를 들어주었던 주변 사람들 덕분에 힘든 시간을 잘 건너올 수 있었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경청인란 건 쉽지 않네요.
애정과 관심이 부족해서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