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에 회사에 입사했다가 늦봄 언저리에 퇴사를 했습니다. 공채였던지라 저에게도 동기가 생겼지요. 그해 신입직원은 5명이었어요. 한 달간 함께 교육을 받았지만 별다른 대화는 없었어요. 한 명쯤 있을 법한 주도적인 사람, 활달한 사람, 시끄러운 사람이 우리 중엔 없었거든요.
잔잔하고 조용한 다섯 명이 감정기복 없이 앉아 수업을 들었어요. 저는 편안함을 느꼈는데 교육을 진행하는 선임과 강사님들은 불편과 불안을 토로하셨죠. 도통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이해는 한 건지, 조직에 적응은 하고 있는 건지, 동기인데 왜 안 친해지는 건지 등등등. 동기단합에 대한 주변의 성화와 관심에 끄떡없이 버티다가 동기대표를 뽑으라는 제안에 떠밀려 저녁을 함께 먹게 됐어요.
술을 즐기는 사람 또한 없어서 양식집에 가서 피자랑 파스타를 먹었어요. 음식을 절반쯤 먹어갈 즈음 한 명이 입사 후 생긴 고민을 꺼냈고, 잔잔함 아래 달그락 거리고 있던 고민이 거품처럼 떠올랐죠. 작고 가벼운 거품 몇 개를 터뜨리는 걸로 그날의 모임은 정리됐어요. 다음날 회사에서 우리는 여전히 말이 없었고 강의 분위기는 고요했어요.
신입직원교육이 끝나고 각자 부서로 배치되어 업무가 시작되자마자 우리는 알게 되었어요. 회사에 의지할 사람은 동료들 밖에 없다는 걸. 동기들이 모여 있는 메신저방에 대화가 끊이질 않았죠.
출근하셨나요?
이거 어떻게 하는 건지 아시는 분?
서식 있으신 분?
연락처 아시는 분?
그 팀도 이런가요? 저런가요? 그런가요?
점심 같이 드실 분?
뭐 드실 건가요?
저는 이거 저거 그거 하라고 하셔서 하고 있어요.
저 실수했어요.
회의가 안 끝나요.
저는 외근이요.
6시입니다. 퇴근하시죠!
야근 당첨이에요.
아직 사무실에 계신 분?
사직서 서식 있으신 분?
저 그거 알아요.
이렇게 저렇게 그렇게 하면 돼요.
저요! / 저도요.
괜찮아요?/ 괜찮아요.
진짜요? / 세상에나 / 대박 / 설마
힘내세요! / 화이팅! / 주말입니다!
ㅋㅋㅋㅋ / ㅎㅎㅎㅎ
일정이 맞으면 최대한 모여 점심을 먹고, 달마다 한 번은 다 같이 모여 저녁도 먹고 티타임도 가졌어요. 지내보니 우리 중에도 주도적인 사람, 말 많이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더라고요. 비슷하게 길을 헤매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힘이 됐어요. 뭔가 든든하고 말이죠. 서로의 안위를 걱정하고 안녕을 빌어주며 사이좋게 지냈어요. 잠깐씩 만날 때마다 서로 다른 경험과 생각을 나누는 것도 재밌었고요.
다른 동료들과는 다르게 은은한 애정이 토핑된 사람들이랄까요.
제가 퇴사를 고민한다고 했을 때 저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 거리에서 지켜봐 줬어요. 살포시 아쉬움, 붙잡고 싶은 마음을 내비쳐줬던 동기도 있고, 어떤 결정이든 응원한다며 용기를 주었던 동기도 있고, 부러움 담은 해맑은 축하를 보내주었던 동기도 있고, 묵묵히 지켜보다 다음 달 생활비가 있는지 물어본 동기도 있고, 각자의 방식으로 배웅을 해줬어요.
메신저 동기방 이름에 이런 수식이 있었어요. '5-1=0' 유치하지만 귀엽잖아요. 퇴사를 해도 동기인 건 변하지 않으니 매달 있는 동기모임에 언제든지 편히 오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마하고 헤어졌는데 그 뒤로 동기들을 만나지 못했어요. 그런데 초대장이 날아온 거예요. 12월로 계획하고 있는 입사 1주년 1박 2일 동기 MT에 같이가자고.
푸하하하 처음엔 웃음만 나더라고요. 귀엽고도 기특한 사람들 같으니라고. 초대에 대한 감사와 일정이 확정되면 다시 한번 연락 달라 답장을 보내고 가만 생각해 보니 오랜만에 연락이 반갑기도 하고, 동기들 얼굴이 떠올라 보고도 싶고, 근황도 궁금하고 그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