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우리 집에서 키우던 암캐가 식욕을 잃고 밖으로만 뛰쳐나가려다 목줄에 생채기가 나도록 낑낑 되면 할머니가 살며시 목줄을 풀어 발정기 허니문을 도와주신 기억이 난다. 사실은 며칠 전부터 낯선 동네 수캐들이 우리 집 주변을 어스렁 거리는 모습을 어린 나도 보아 온 터라 뭔가? 수상한 기운에 침이 꼴깍거리긴 했다. 개의 후각이 인간의 만 배가 된다니 혹시 타지에서 원정 온 녀석도 분명 있었을 것 같다. 아침이면 어미가 끓이고 있는 국 냄새가 솔솔 코끝을 자극해도 일어나기 싫어 이불속으로 기어 들어가면 아버지 까칠한 수염으로 얼굴을 얼얼한 것도 싫지만 온갖 세상 냄새가 더 싫었던 내 후각은 무척이나 예민해 지금도 목줄에 매인 채 낑낑거리고 있다. 첫 키스에 잔뜩 기대을 하다 줄행랑치고 싶었던 아찔한 추억이나 여린 꽃내음처럼 향긋했던 사랑의 분비물을 더듬다 요즘은 어디선가 과거에 맡지 못한 향기가 서리병아리를 정신 못 차리게 하는 것 같아 어질어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