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서 물을 끌어다 농사를 짓던 뚱보 아줌마의 옥수수를 서리하다 들켜 아비가 알게 됐다. 아비는 우리 형제를 동네 골목 입구에 무릎을 꿇은 채 옥수수를 양손으로 들게 하는 공개 체벌을 내렸다. 수치심에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사고뭉치 내 잘못은 공평하리만큼 언제나 형에게도 벌이 되어 나를 더욱 난처하게 했다. 그러나 형은 한 번도 날 원망은커녕 미워하지도 않은 것 같고, 속 깊은 애늙은이처럼 매질에도 아프단 소리도 하질 않았다. 지금도 내 벌을 대신 받고 있는 형! 그래서 늘 난 고개를 들 수가 없다. 특송 타임을 기다리면서 찡긋 나를 향해 눈짓을 하는 형이 나는 하나도 근엄해 보이질 않는데 사람들은 眞摯하게 대한다. 어릴 때부터 어른인 척하더니 지금도 은근슬쩍 웃게 해 놓고 딴짓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