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것 갖고 싸움질하는 게 추레하긴 하지만 인생사 결국 먹잇감 다툼 아닌가? 어릴 적 어미가 수박을 쩍 반으로 가르시고, 언제나 한 통을 다 그 자리에서 먹었던 기억은 거의 없다. 우리 4남매 입안에 들어갈 수박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나누어 주시면 게 눈 감추듯 수박 물을 질질 흘려 가며
먹다 보면 입이 아닌 얼굴이 범벅되곤 했다. 어미는 흐뭇하게 지켜보시다가 우리가 남긴 껍데기에 붙은 수박을 칼로 오려 마지막을 정리하셨다. 생선도 대가리만 드시더니---. 분쟁이 사라졌다. 결국 누구의 희생이 필요하다. 어른이 되면 하고 싶은 게 없을까? 참을 일이 많아지니 이빨이 다들 엉망이다.
'프랑스 여자는 늙지 않는다' '프랑스 여자는 80세에도 사랑을 한다' 이런 책들이 있어 제목만 읽었다. 무심코 내 언어 안에 '여자는, 여자가'를 사용했다가 한 번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는 그녀에게 혼쭐이 났다. 성역이 없는 시대인 걸 종종 잊는 나를 벌 하소서! 프랑스인들은 타인의 나이에 전혀 신경도 안 쓰고 궁금해하지도 않으며 자신의 나이도 세지 않아 상대방의 나이를 물어보는 건 큰 실례가 된다.
근데 나는 나이가 궁금해 전국 노래자랑 출연자의 나이를 맞추는 취미가 있었는데 요즘은 도통 모르겠다. 논리적으로 풍성한 어휘를 구사하며 봉~스와. 블라블라 하고 싶은 데 쓸데없는 말만 늘어가니 수박은 누가 먹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