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감성흡입

ㅇ 부장판사의 오판

by 강홍산하

민사부에서 잔뼈가 굵은 ㅇ 판사가 마른하늘에 날 벼락이지 이번 정기인사에서 모 지방법원 형사 항소부로 발령이 났다. 거주지라 출퇴근하기에는 안성맞춤이지만 판사라고 십 수년 민법만 다루다가 형사부라니! 사실 법리적인 것이야 배석판사들이 알아서야 하겠지만 준비하던 논문도 있고 그동안 다져 놓은 서예동호회가 자꾸 마음에 걸린다. 마누라가 드러누운 지가 몇 년인지 가물 거리지만 회복의 기미가 없어 마음 추스를 곳이 없어 잡았던 서예는 유일하게 세상을 잊게 하는 위안이었는데---. 솔로몬 같은 지혜가 필요한 민사재판은 핑퐁 같은 재미와 중재자로서 판사의 자부심을 갖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었는데 정서적으로도 악영향을 받을게 뻔한 형사범들의 재판이라 생각만 해도 뒤숭숭해진다. 언론에서 흥미를 가질만한 판결로 주목을 받아 몇 달 동안만 똥 밟은 셈 치고 버틸까? 아니면 항소심에서 드문 올려치기(1심보다 형량을 높이는)로 엄정함을 보일까? 이런저런 고민 아닌 고민을 하다 보니 코웃음이 났다. 판사는 법과 원칙 그리고 법관의 양심에 따라 판결을 해야 한다지만 사건 사건마다 일일이 헤아리고 살펴보는 것은 웬만한 인내심과 노력이 필요하지 않아 공소사실의 부합 여부와 피고인의 참작할만한 사정이나 합의 여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게 된다. 검찰의 구형에 맞춰 대부분 선고형량도 준비를 하지만 이미 기존 판례의 데이터베이스로 선고문의 작성에 조금의 손질만 보면 마무리가 되는데 재판 과정에서 변수가 생길 수도 있으니 신중함을 놓쳐서는 안 된다. 언론에 몇 번 소스도 주고 원심 파기로 선고형량을 높여 놓았더니 검찰 쪽에서 난리가 났다. 1심에서 구형보다 미진하게 판결 난 사건들을 어떻게든 내 재판부로 배정을 받으려 안달이 낫고 1심 단독 판사에게는 선배로서는 해서는 안 되는 원심 파기율을 높여 놓으니 원성 아닌 원성을 듣게 되었지만 ㅇ 판사는 하루라도 빨리 이 곳을 벗어나고 싶다. 피고인들의 변호사들은 ㅇ 판사한테 배정을 받으니 수임을 포기하는 게 후환이 없다는 소문도 났다.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의 말을 묵살하는 것은 다반사고 공소 사실하고 관계없는 사적인 감정을 드러내며 호통을 치고 비아냥거리기까지 해서 배석판사들을 황당하게 만드니 이건 재판이 아니고 기울어져 쏠려도 정말 뒤집어진 ㅇ 판사의 독무대였다. 판사의 성향이 법리 안에 갇혀 있어도 문제지만 독단적인 것은 더 위험할 수 있다. 법원가에서 꼬리를 물고 구설수에 휩싸이더니 결국 ㅇ 판사는 본인이 원하던 대로 서울 민사부로 영전 아닌 영전을 하더니 한 동안 소리 소문 없이 예전의 ㅇ 판사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러던 중 풍문으로 ㅇ 판사의 배우자 부음을 알려 왔다. 여러 사람 곡소리 나게 만들더니 법복이 저승길에 어울리겠소이다. 판사는 판결로 증명한다. 예단도 편견도 감정도 있어서는 안 되고 오직 증거와 사실에 입각해서 억울함을 풀어주고 해결하는 자리이지 농단의 권위로 횡포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하늘이 무섭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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