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당신을 부르고 있어요.
들리지 않나요? 난 당신을 부르고 있는데…….
뜨겁고 건조한 바람이 내 맘속 깊은 곳까지 불어오네요.
아기는 울고 있고, 나는 잠을 이룰 수가 없네요.
그러나 우린 변화가 오는 것을 알고 있지요.
달콤한 휴식과 자유가 가까이 오고 있어요.
난 당신을 부르고 있어요. 당신이 내 목소리를 듣고 있는 것을 알아요.
난 당신을 부르고 있어요. "(Calling You)
얼굴조차 기억에서 사라져 버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고단한 생계를 짊어지시게 되었다. 친척집을 전전하면서도 놓을 수 없었던 학업은 내가 유일하게 세상을 이겨나갈 비책을 전수받을 수 있는 훌륭한 대안이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부재는 엄습의 근원을 어느새 뿌리를 깊게 내리게 하여 내 시간 안에서 치유될 수 없는 외로움의 나무를 성장시키고 있었다. 대학을 졸업한 직후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연수원을 졸업한 후 판사로 임용되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은 불안정한 정서적인 허기가 탈선이라는 비극으로 어떻게 진화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인생을 피고인이라는 대상으로 내 앞에 서게 했다. 그들을 징벌하기에 앞서 그들의 반성이 변곡점이 되어 올바른 사회인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온정과 응원이 있는 재판을 진행하고 싶었다. 판결문이 선고에 대한 법률적인 완성이 아니라 피고인으로부터 합당하게 수긍할 수 있는 이해와 동의, 인정을 얻어 반복적인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주는 처방전이길 기대하면서 간결하고 명확하게 작성을 하였다. 인사발령으로 이곳저곳 지방 전출에 사건 서류에 파묻혀 시간에 쫓기다 보니 남편은 정말 남 편이 된 지 오래고 시댁하고의 관계도 그다지 수월하지가 않아 악화만 되니 아이들은 결국 친정어머니 몫이 되어 판사로서는 어디 하나 빠질 게 없는데 가정적으로는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언론에서 관심을 갖고 몇 번 내 판결을 부각하여 인지도가 오르고 법원 내 평판도 좋아 자신도 모르게 감출 수 없는 욕망이 드러나면서 중점적으로 검찰 내 동기들과 돈독한 친분을 쌓고 법조계 인사들과의 교류에도 열정적으로 참여를 하다 보니 당연히 재판업무는 소홀해져 법복을 벗고 화려한 변신을 기대했지만 녹록지가 않던 중 한 사내가 다가왔다. 호감 있는 외모에 능숙한 말솜씨로 정신을 못 차리게 하더니 내 근원적인 외로움을 요동치게 만들어 버렸다. 아~ 내가 여자였구나! 자극적이고 전율적인 그의 속삭임에 법조윤리고 나발이고 바람 난 유부녀 서방질에 하루하루가 꿈속 같아 감정의 포로가 되어 버렸다. 그에게서 잠시라도 벗어날 수도 벗어나고 싶지도 않았다. 그가 원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 주며 곁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는 법조브로커로 내가 해서는 안 되는 의뢰인의 약점을 미끼로 거액의 수임료를 챙기는 전문가로 하이에나 같은 작위적 인간으로 모든 게 탄로 난 상태이지만 나의 이성은 여전히 작동 불능인 채로 그의 하수인이 되어 버렸다. 나는 법의 맹점을 활용하고 그는 인간의 약점을 이용하고 드림팀이 된 것이다. 누가 여자의 감성을 사로잡았을까? 너덜너덜해진 신념과 정의감 그리고 어두워진 터널 안에 가두어 놓은 인연들---. 지금 나는 판사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산산이 부서진 내 퍼즐을 맞추고 있다. 정말 여기가 내 자리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