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감성흡입

일방통행로

by 강홍산하

“사랑에 빠져 본 사람은 안다. 나를 더 오래 사로잡는 건 그 사람의 눈부신 아름다움이 아니라 오히려 그 사람의 못나고 아름답지 않은 부분, 얼굴의 주름살, 기미들, 낡은 옷, 비틀거리는 보행 같은 것들이라는 사실을. 그런데 왜일까. 왜 그 사람의 그늘지고 결점인 것들이 우리를 더 오래 사로잡는 것일까. 그건 찬란함 앞에서의 부끄러움 때문이다. 너무 찬란한 여름 햇살을 차마 견디지 못해 나무 그늘 속으로 숨어드는 새들처럼 우리는 너무도 빛나는 그 사람의 존재 앞에서 부끄러움으로 푸득 거리면서 은신처를 찾는다. 그리고 그 사람의 그늘과 같은 장소, 육체의 주름살, 투박한 몸짓, 눈에 잘 띄지 않는 결점의 장소로 숨어들어 거기에 사랑의 환희와 부끄러움의 둥지를 틀게 된다. 세월이 지난 뒤에 우리가 그 사람의 찬란한 아름다움을 온전히 되찾게 되는 건 그 둥지에 대한 기억을 통해서이다.”(발터 베냐민/일방통행로)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사람에 대한 평가라고 하면 자본주의 관점이라 불쾌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이런 것 때문에 불화를 겪다 파열음을 종국에는 듣게 되는 눈부시다 어둠을 찾게 되는 감정 파편이 유희였을까? 상대의 결점이나 단점이 어느 순간 문제가 되어 수면 위에서 발버둥을 치게 될 때 손목을 잡아주게 될지 발목을 잡아 끌어내리게 될지 우리는 알 수가 없지만 욕망의 대상은 언제나 어디론가 전이되는 게 인생이다. 기억이 일방적으로 형성되는 것은 아니지만 코끼리 뇌 용량이라면 기억을 평생 간직하다 용서라는 지우개로 삭제 버튼을 누를 수도 있겠지만 인간이란 늘 어리석게도 지워버리고 싶은 것만 기억하게 되니 악성종양만 키워내고 있다. 고백하는데 당신이 나를 사로잡는 이유가 있었는데 서열정리가 안되서일까? 아니면 바나나우유일까? 지루하지 않게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사랑에 빠지지 않고는 불가능한 accident이다. 한동안 찬란한 둥지 안에 숨겨 두었던 시간의 선물들이 위기 때마다 우리를 구원할 테니 잊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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