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감성흡입

나만의 은신처

by 강홍산하

“1572년 2월의 마지막 날, 38살의 몽테뉴는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강력한 충동에 따라 결심을 하였다.--- 그는 ‘관계 밀도의 제로화’를 목표로 삼았다. 몽테뉴는 “지금까지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살았지만 이제는 자기 자신을 위해 살고자 했다. 지금까지는 공직, 궁정, 아버지가 요구하는 일들을 해왔다. 이제부터 자기에게 기쁨이 되는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 이렇게 결심한 몽테뉴는 그 즉시 세상으로부터 과감하고 단호하게, 그리고 민첩하게 물러섰다. 관계로부터의 단절을 꿈꾸는 사람은 민첩하게 행동해야 한다. 자기에의 몰두에 대한 충동이 강하게 느껴지는 그 순간을 놓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사는 삶을 이루지 못한 채 마음속의 꿈이나 간직하며 살게 될 가능성이 크다. 모든 공직에서 물러난 몽테뉴, 아버지라는 역할까지 일시 정지시킨 몽테뉴, 남편이기를 잠정적으로 중단한 몽테뉴는 절대적인 자신만의 공간, 자신의 질문에만 몰두할 수 있는 거처를 마련했다. 그리고 그 공간은 괴테에게 영향을 받아 치타델레(Zitadelle)라 불렀다.”


아무도 침범할 수 없는 나만의 공간에서 타인의 관계로부터 철저하게 자신을 소외시키며 내적 자유와 온전한 기쁨을 느끼고 싶은 충동이 결심으로 이어지기 쉽지는 않지만 가끔은 제로베이스에 대한 환상이 생기곤 한다. 수행자의 삶이 지독하게 고독하고 격리적인 시간의 결과물인데 꼬물꼬물 세상으로 기어들어 가는 걸 보면 인간의 번뇌는 한순간에 모든 걸 무너지게 하는 기발한 도발수가 있는 것 같다. 내가 거처를 마련하기도 전에 먼저 실행에 옮긴 사람이 있어 당혹스럽지만 결국 나도 은신처를 마련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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